보리밭은 언제 봐도 싱그럽다. 툭툭 불거진 보리 이삭은 새 생명을 잉태한 여인 같다. 만삭이 된 아내를 보는 남편의 느낌이랄까.
청색,황색,보라색의 보리수염 빛깔도 곱다. 한국화가 이숙자 씨(67)는 1989년 '이브의 보리밭' 시리즈를 발표하며 한국화의
새 영역을 개척한 중견 화가. 그는 보리밭을 우리의 토속적인 정서와 연관시켜 원시적인 삶의 풍정을 되살려냈다.
작품에 나타난 보리의 질감과 밀도도 단순한 미학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 속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한(恨)의 정서,강인한
생명력 등 깊이 있는 미적 요소들이 담겨 있다.
1988년작 '황금 보리밭의 소'는 익어가는 보리밭과 황소의 이미지를 접목한 작품이다. 그는 출렁이는 보리밭에 생명의 빛과
자연의 숨결을 붓질했다. 착한 눈망울의 황소는 세상 속의 고요를 일깨우며 우리의 시야를 넓혀준다. 광물질을 원료로 한 암채(岩彩)를 사용해 보리알을 오돌토돌하게 표현한 부조 기법 또한 전통 한국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미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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