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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혼자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바람아님 2017. 5. 7. 06:19

(조선일보 2017.05.06 강규형 명지대 교수·현대사)


거리의 정권 퇴진 외침들과 대선 토론 때의 거짓·억지들 

누가 집권해도 족쇄 되고 부메랑 되어 날아들 것 

게다가 차기는 소수파 정권… 상대방 궤멸 꿈꿔선 안돼


강규형 명지대 교수·현대사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후보들은 제각기 한국 사회의 문제를 싹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한 인간의 리더십 또는 한 세력의 역량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가 쌓여 있다. 

첫째는 북한 문제다. 과거 좌파 정권에서 쓴 '돈 퍼주고 입 막는 방식'은 안 된다. 

그 방식을 다시 쓰겠다는 후보들이 있지만 북핵 개발로 그 옵션은 이미 폐기됐기에 회생이 불가능하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권력 변화)를 이뤄낼 만한 능력과 철학을 가진 사람도 안 보인다. 

사실 우리 사회의 역량이 그 정도가 안 된다. 

다음은 경제성장이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오일 쇼크와 외환 위기 등을 겪었지만 크게 봐서 중단 없는 성장을 해왔다. 

이제 고도성장 시대는 끝났고 현재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 도전이 눈앞에 있다. 

박근혜 정부도 이것에 대비하기 위해 4대 개혁법 등을 추진했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국회에 막혀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다음 대통령이 과연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다수 후보가 내놓은 인기영합적 정책이 우리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성장 동력은 멈춰가고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사회가 팽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 구성원 사이의 공통 가치도 해체된 상태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은 고장 나 있다. 

굶주림과 영양실조를 염려하던 세계 최빈국이 불과 20~30년 만에 비만과 영양 과다를 염려하는 사회가 됐다. 

그러나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 

기대 수준이 폭발했고 상대적 박탈감이 무한대로 올라가 욕구 불만이 도를 넘었다. 

한마디로 통치가 거의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 

거기에다 정치권은 이런 기대 수준을 채워준다는 선심성 정책을 쏟아낸다.


대선 토론을 보면서 이런 걱정은 더 커졌다. 대선 토론 무용론은 일리 있는 얘기다. 

잘하건 못하건 당락에는 별 상관이 없는 듯하다. 

그래도 후보들의 함량을 따져보는 기회가 됐고, 나중에 딴소리를 할 가능성을 줄여놓는다는 측면에선 아직도 유용하다. 

어떤 후보는 함량 미달을 보여주고 추락 중이다. 

다른 후보는 자기 생각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런 폐쇄적 사고로는 진정한 사회민주주의를 이룰 수도 

집권할 수도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다른 후보는 답변 못 할 질문이 나오면 "그만하십시다" 또는 "허허허" 웃으면서 답변을 회피하기 바빴다. 

이제 다 이긴 경기에서 굳이 얽힐 필요가 없다고 참모들이 조언이라도 했기 때문인가. 

이번 대선 토론에서도 많은 거짓말과 억지가 난무했다. 누가 이기건 집권 후에 이런 거짓들이 족쇄가 될 것이다. 

이러고도 앞으로 원활한 통치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어떤 진영은 "6개월 안에 모든 것을 끝낸다"는 생각을 표출했다. 

이해찬 의원은 "이미 선거는 끝났다"면서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우란 원래 폐쇄적이고 극단적 민족주의·인종주의에 쓰는 단어라는 점에서 오히려 한국의 좌파에 해당할 얘기지만 

그는 아마 한국의 우파 세력 전체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총리 시절 우파 주류 신문에다 '독극물'이라 했던 생각의 연장선상이다. 

또한 서울 부시장 시절 말단 공무원을 무릎 꿇리고 폭행하던 '결기'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앙칼지게 뭉개고 

여러 번 재집권한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이런 생각은 예전에도 확실하게 표명됐다. 

모 방송인은 "정권이 바뀌면 국정원장직을 이재명 성남시장이 맡아야 한다. 

대선 승리 후 국가정보원장이 작살낼 놈을 작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폭언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박근혜 정부의 자멸에 따른 집권까지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집권당의 발목을 잡았던 국회 권력은 그대로다. 

소수파 정권과 국회 절반도 안 되는 정당이 뭐든 '궤멸'시키기는 힘들지 않겠나.


이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정권 퇴진, 하야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지원하거나 편승하면서 재미를 봤다. 

하나 이런 달콤한 무기는 이제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날아들 것이다. 

한국 사회를 풍미했던 민족 해방(NL)론은 리영희 교수를 통해 모택동 체제, 특히 문화혁명을 찬양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리씨는 그것을 예찬하면서 "인류 최초의 인간 의식 개조 혁명"으로 숭배했다. 

그러나 실상은 수천만 명이 학살되는 최악의 생지옥 중 하나였다. 

대중(특히 어리고 젊은 학생들) 선동, 낙인찍기, 쓰레기 언론을 동원한 무차별적 비방, 정신적·육체적 학대, 숙청….


월남 패망을 보면서 "진실이 승리"하는 "희열"을 느꼈다는 문재인 후보와 그 배후 세력은 

여러 번 리영희를 자기 인생의 큰 스승이라 밝혔다. 묻고 싶다. 

(훨씬 규모와 강도는 작겠지만) 한국에서도 그런 망나니 칼춤, 즉 한국식 문화혁명을 아직도 꿈꾸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