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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57] 부르카

바람아님 2013. 9. 12. 11:15

(출처-조선일보 2010.05.07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부르카(burqa)는 전신을 가리는 무슬림 여성의 의상이다. 이제 유럽 각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이런 의상을 착용하는 것이 불법이 되고 있다. 벨기에 하원은 거리와 공공건물에서 부르카 착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시켰고, 프랑스 국회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부르카를 입은 여성은 150유로(22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 부르카 착용을 강요한 사람은 1년 징역형과 함께 1만5000유로(2200만원)라는 엄청난 벌금까지 물 수 있다.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부르카를 입은 여성이 우체국에 갔다가 경찰에 적발돼서 지방정부 조례 위반으로 벌금을 물게 된 사례가 발생했다.

부르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 여인들.

각국에서 부르카를 금지하는 이유는 신원 확인이 어려워서 테러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부터 이런 의상이 남성 지배적인 문화의 상징으로서 현대 유럽 문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까지 여러 가지를 든다. 그러나 현재 유럽 내 무슬림 인구가 5000만명에 달하는 데다가 인구증가율이 훨씬 높아서 장차 기독교도 인구보다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위협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부르카를 입는 여성의 수는 극소수인데도 이런 과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르카는 정말로 이슬람교의 교리에서 나온 것일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근거로 드는 쿠란 구절은 "여성 신도들에게 시선을 낮추고 정숙하게 처신하고 가급적 몸의 윤곽을 드러내지 않도록 당부하라. 이슬람 여성들은 베일을 가슴 위로 드리워야 하며…" 하는 부분이다. 여성들에게 단지 겸허한 태도를 지키고 몸의 상반신을 베일로 가리라고 충고하고 있을 뿐, 얼굴과 온몸을 가리라는 내용은 없다. 부르카를 강요하려는 쪽이나 금지하려는 쪽이나 모두 박약한 근거 위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