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0.01.04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창세기 1장 28절에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만드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하셨다. 우리에게 자연에 대한 소유권은 물론 그것을 정복하고 관리할 자격을 주신 것이다. 하느님이 이르신 대로 우리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일으키며 성공적으로 생육하고 번성하여 실로 이 땅에 충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에게 부여하신 지구의 주인 내지는 자연 파수꾼의 역할을 생각하면 우리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 세기 말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에 의뢰하여 저명한 과학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들이 지적한 우리 시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다름아닌 생물다양성의 감소 및 고갈이었다. 생물다양성이란 자연계의 모든 조직 수준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 형태의 다양성을 총칭한다. 따라서 어느 특정 지역의 생물다양성은 그곳에 사는 종은 물론 생태계와 유전자의 다양성까지 포괄한다.
2010년 현재 생물학자들이 기재한 지구의 생물종은 거의 200만에 이른다. 이는 1000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구 전체의 생물다양성에 비해 턱없이 초라한 실적이다. 우리가 찾아내어 이름을 붙여주기도 전에 사라지는 생물이 너무도 많아 안타깝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모든 생태계마다 다양한 생물들이 꼭 있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우리 강에서 쉬리나 줄납자루가 사라진다 해도 아직 피라미와 붕어가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고 반문한다.
직육면체 모양의 나무토막 54개를 18층으로 쌓은 다음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하나씩 빼내는 '젱가'라는 게임이 있다. 젱가 게임에서 어느 나무토막을 빼야 전체가 무너지는지 모르듯이 우리는 아직 어느 종이 사라지면 생태계가 붕괴하는지 알지 못한다. 인간이 다스린 생태계치고 생물다양성이 제대로 유지된 곳을 찾기 어렵다. 우리 DMZ가 세계적인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인간의 접근이 배제된 때문이었다. 이정록 시인은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고 했다.
2010년은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이다. 금년 내내 우리 모두 슬기로운 자연 파수꾼이 되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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