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0.06.18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을 지칭하는 '붉은 악마'는 우리만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애용하는 이름이다. 콩고와 벨기에 국가대표팀의 별칭인 '디아블 루즈(Diables Rouges·프랑스어)'나 '로데 다위벨(Rode Duivel·네덜란드어)' 역시 붉은 악마라는 뜻이다. 국가대표팀이 아닌 일반 축구 클럽의 이름으로 쓰이는 경우는 훨씬 많다. 독일·이집트·아르헨티나·멕시코·오스트리아·이스라엘·콜롬비아·터키·페루에 모두 붉은 악마라고 불리는 축구팀들이 존재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팀으로서 박지성 선수가 활동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붉은 악마로 통한다. 이 팀의 휘장에는 노란색 바탕에 삼지창을 들고 있는 악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스포츠 이외의 부문에서 이 별명을 사용하는 유명한 사례로는 영국군 공수부대(Parachute Regiment)를 들 수 있다. 이 연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공수부대의 활약에 자극을 받은 윈스턴 처칠이 영국군에도 유사한 부대를 창설하도록 요청하여 만들어졌다. 이 연대는 여러 전투에 참전하여 용맹성을 과시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전투로는 마킷 가든 작전(Operation Market Garden)을 들 수 있다. 1944년 9월 17일, 연합군은 벨기에 북쪽 국경지역에서 3개의 강을 넘어 루르 지역으로 진격하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나치군 최전선 후방 100마일 지점에 3만5000명의 병사를 투하했다. 여기에는 1만명 이상의 영국 '붉은 악마' 공수부대원을 비롯해서 미군 2만명과 폴란드군 3000명이 투입되었다. 영국군은 아른헴으로 진격하여 라인강을 넘는 다리를 확보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불행하게도 짙은 안개 때문에 작전이 여의치 않았다. 9일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가운데 2000명이 전사하고 5000명 이상이 부상 혹은 실종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그들의 용맹성은 독일군 장교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붉은 악마'는 적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악마와도 같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강력한 전사의 이미지로서 제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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