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9.17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세계평화의 날은 우리나라와 각별한 인연을 지녔다. 경희대학교의 설립자 고(故) 조영식 박사께서 1981년 세계대학총장회의에서 처음으로 제안해 이듬해 제36회 유엔 총회의 인준을 얻어 오늘에 이른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그래서 어찌 보면 평화와 가장 거리가 먼 나라인 대한민국이 시작한 세계적인 경축일이다. 금년에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평화 교육'을 특별 주제로 정했다.
이 멋진 전통을 시작한 조영식 박사는 1951년 경희학원을 설립하며 교육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경희유치원에서 경희대학교까지 제도권 교육의 기틀을 마련하는 일과 더불어 그는 '잘살기 운동' '밝은 사회 운동' '네오르네상스 운동' 등을 일으키며 사회 변혁을 꿈꾼 계몽주의자였다. 그는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물질적으로 풍요하며,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 지구협력 사회"를 이룩하자는 뜻으로 '오토피아(Oughtopia)'의 구현을 부르짖었다. 유토피아가 열리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노력해서(ought to) 문화적 복리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놀라운 일은 이 모든 생각의 얼개가 1951년에 펴낸 그의 저서 '문화 세계의 창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1951년의 한반도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화의 창조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평화도 누릴 수 없었다. 서른한 번째 맞는 평화의 날에 우리 시대 마지막 낭만주의자 조영식 박사님을 마음 깊이 연모한다. 살아계셨으면 이제 겨우 아흔둘 청년이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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