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보다 원전 안전 협의 강화를"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치명적이다.”
지난달 19일 고리1호기 원전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탈(脫)원전’을 천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지진의 위험성이었다. 그 예로 지난해 9월 경주 지진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들었다. 경주지진을 통해 한반도가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후쿠시마 사태에서는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의 탈원전 정책만으로 대한민국이 원전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원전 건설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16일 현재 중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36기다. 중국은 여기에 20기의 원전을 추가로 짓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세계원자력협회(WNA) 조사에서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원전을 많이 짓는 지역(40기)이었다. 아시아에 지어지는 원전 2개 중 하나는 중국에 세워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나아가 2030년까지 원전을 100기 이상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전체 전력생산 중 3.56%에 불과한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다.
더구나 톈완 원전보다 한반도와 더 가까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는 홍옌허(紅沿河) 원전 1~4호기가 가동 중이며 2기가 추가 건설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와 하이양(海陽)에 각각 스다오완(石島灣) 원전과 하이양 원전 1~2호기도 짓고 있다. 특히 산둥성 최동단인 스다오완은 한반도와 직선거리가 170여㎞에 불과하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중국 원전에서 만에 하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 1986년 체르노빌 사태 때 바람을 따라 방사성 물질이 이동해 원전이 없는 벨라루스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 한반도에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원전 주변엔 탄루 단층대가 지나고 있다. 중국 대륙 동부에서 산둥반도를 가로지르는 이 단층에선 지난 1976년 24만여명의 희생자를 낸 규모 7.8의 탕산(唐山) 대지진이 발생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탄루 단층은 지질학계에서 유명한 활성 단층”이라며 “지금도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2008년 이후 한·중·일 3국은 원자력안전 고위급 규제자회의(TRM)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정부는 유럽의 ‘서유럽원자력안전규제협의체(WENRA)’와 같은 ‘동북아 원자력안전협의체’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WENRA는 가입 국가들끼리 원자력 안전 기준을 합의한 뒤 각국의 원전 운영을 서로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협상에 진척은 없다. 황일순 교수는 “중국이 내정 간섭 등의 이유를 들어 원자력 안전 기준 협의에 협조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탈원전 정책 추진이 중국과의 원전 안전 협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중국에 탈원전을 기대할 순 없다. 미세먼지 감소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수단으로 원전 개발을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과 원전 안전 협의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서균렬 교수는 “현재는 한국의 원전 기술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어 안전 협의에서 한국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며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운영 경험이 줄면 중국은 이를 이유로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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