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인 줄도 모르고 한국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격언이 하나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가 바로 그것이다. '스스로 돕는 자'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자기 자신을 돕는다는 말은 없으니까 스스로 남을 돕는 자란 뜻인가? 그렇다면 남을 도와주어야 자기도 하늘의 도움을 받는다는 뜻일 것 같지만, 아니다. 영어 격언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는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는 뜻이다. 'help oneself'는 '스스로 돕는다'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무엇을)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대 오역은 '리베이트'다. 영어 'rebate'를 그대로 음역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이 단어의 원래 뜻과 정반대로 쓰고 있다. 'rebate'는 상품 가격의 일부를 판촉 차원에서 되돌려 주는 것, 소비 촉진을 위해 정부가 국민이 낸 세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 등을 가리키는 좋은 뜻인데 한국에서는 불법적이고 뇌물성 환불이란 뜻으로 쓰고 있다. 예컨대 제약회사가 자기네 약품을 사용하는 의사나 병원에 약품 가격의 일부를 되돌려주어 계속 자사 약품을 쓰게 하는 것을 한국서는 '리베이트'라 하는데, 이건 'rebate'가 아니라 'kickback'(킥백)이라 한다.
'moral hazard'(모럴 해저드)를 '도덕적 해이'라고 하는 것도 오역이다. 이것은 보험 용어로서, 보험 가입자는 보험을 믿고 주의를 게을리할 위험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예컨대 공무원이 교묘하게 공금을 횡령하는 것 등을 도덕적 해이라고 한다. 그건 범죄이지 도덕적 해이가 아니다.
또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PTSD)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번역한 것도 잘못이다. 'trauma'는 큰 신체적 부상 또는 정신적 충격을 가리키는데 PTSD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면 절반의 번역이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 충격 후의 병적 스트레스'라고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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