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새벽에는 오전에 와서 통과시키겠다고 합의하고, 기어코 어깃장을 놓고 국민을 배신했다”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역대 추경에서 한국당처럼 비협조적인 적이 없었고, 심지어 오늘은 국회를 농락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한국당이 참여한다고 해 본회의를 열었는데 자리를 뜨는 바람에 의결정족수가 모자랐다는 것이다.
의결정족수는 150명이다. 첫 표결 당시 참여한 의원은 146명. 4명이 모자랐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도 27명이 자리에 없었다. 그중 4명만 자리를 지켰어도 조용히 끝났을 일이다. 뒤늦게 한국당 의원 30명 정도가 돌아와 처리됐다. 그렇다면 정족수 부족 책임을 한국당에 물어 비난할 일은 아니지 않았을까.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나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일방적이다. 내가 옳으니 너는 따라야 한다는 식이다. 문재인 정부에 협조하는 것은 선(善)이고, 반대하는 것은 악(惡)이다. 추경은 선이고, 공약한 공직 배제 5원칙도 집권한 뒤에는 발목잡기다. 이런 선악의 이분법에서는 정치가 살아남을 수 없다. 나와 다른 의견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래야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
또 한 가지는 집권당의 책임이다. 국정을 끌고 나가는 일차적 책임은 집권당에 있다. 정치적 견해는 정당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 차이를 설득하고 타협해 최대한 국정 목표를 실현해 가는 것이 집권당이다. 야당이라고 억지를 부려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졌다는 이유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국회의 기본 역할마저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나 민주당이나 아직 집권당임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야당을 설득해 정책을 실행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보다 야당이 얼마나 나쁜 집단인가를 부각하는 데 몰두한다. 마치 빚쟁이처럼 협치(協治)를 내놓으라고 몰아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