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0.08.27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태즈메이니아(Tasmania)는 오스트레일리아 남동쪽으로 약 210㎞쯤 떨어져 있는 섬이다. 1642년에 외부 사람 중 아마도 처음으로 이 섬을 찾아온 네덜란드의 항해인인 아벨 타스만(Abel Tasman)의 이름을 따서 이 섬이 태즈메이니아라고 불리게 되었다.
원래 이 섬에는 약 3만50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당시에는 현재보다 해수면이 훨씬 낮아서 태즈메이니아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일부였으며, 그래서 사람들이 걸어서 이곳에 들어왔다. 그 후 지구 기온이 상승하여 약 1만년 전에 해수면이 상승한 결과 태즈메이니아는 섬이 되었고, 두 지역 사람들의 왕래도 끊겼다. 그 후 태즈메이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유럽인들이 도래하기까지 이곳 주민들은 1만년 동안 외부 세계와 완벽하게 절연된 채 살았다. 그 결과 이 사람들의 삶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순한 기술 상태로 남게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애보리지니)도 초보적인 기술만 가지고 살았으나 그들로부터 떨어져 나온 태즈메이니아 사람들은 더욱 단순한 상태로 후퇴했다. 그들에게는 부메랑이나 투창기, 방패 같은 것도 없었고, 골각기나 석기도 없었다. 도구가 없으니 나무를 베어 쓰러뜨려 카누를 만들지도 못했고, 따라서 외부 세계와의 소통은 아예 불가능해졌다. 심지어는 옷을 지어 입지도 못 하여 벌거벗은 채 살았고, 불을 피우지 못 해서 추위에 떨고 지냈으며, 바닷가에 살면서 고기잡이도 하지 못 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사람들은 거의 석기시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들이 처음부터 이런 상태였던 것은 아니다. 고고학적 조사에 의하면 이 지역에 걸어 들어올 당시만 해도 예컨대 골각기와 고기잡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기원전 1500년 무렵에 이 두 가지 기술이 사라졌다. 문화가 발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했음을 알 수 있다. 결국은 유럽인들의 식민 지배를 받은 끝에 이 사람들은 절멸되었다.
태즈메이니아의 교훈은 무엇일까?
개인이든 사회든 고립 상태가 계속되면 지체와 퇴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외부 세계와 활발한 소통을 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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