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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거리 성희롱 '캣콜링' 금지법 입법 추진

바람아님 2017. 10. 18. 09:40
한겨레 2017.10.17. 17:46

휘파람·연락처 요구·끈질기게 따라오기 등 금지법
성평등 장관 "성희롱의 법적 구성요건 재정립 예정"


올해 8월말부터 10월초까지 네덜란드의 20살 여성이 거리 성희롱을 고발할 목적으로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캣콜러들에게(#dearcatcallers)’라는 주제로 올린, 자신을 거리 성희롱한 캣콜러들과의 셀프카메라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남성들이 여성을 유혹하는 데 거리낌이 없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캣콜링’이라고 불리는 거리 성희롱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성평등 장관이 내년 의회 표결을 목표로 거리 성희롱 금지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고 16일 보도했다. 규제 대상이 될 거리 성희롱에는 직접 몸을 만지는 행위뿐 아니라 유혹을 빌미로 한 언어적 성희롱 및 성적 모욕감을 주는 행위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시아파 장관은 “10~20㎝ 거리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이야기하는 것, 몇 블록이나 뒤따라오는 것, 전화번호를 17차례나 물어보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탈리아의 미국 여성’이라는 제목의 사진. 195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루스 오킨이 촬영한 유명한 작품으로, 유럽 여행을 하던 사진 속 미국 여성 니나리 크레이그가 오킨에게 “여자 혼자 다니면 어떤지 한 번 보자”고 제안해 촬영한 사진이다. 길거리 성희롱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져왔지만, 정작 크레이그는 이탈리아 남자들은 친절했고 위협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거리 성희롱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다. 거리 성추행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할라백 등은 2014년에 한 여성이 10시간 동안 미국 뉴욕 거리를 걸으며 108번이나 거리 성희롱을 당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반향을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여성이 자신을 거리에서 성희롱한 남성들의 사진과 그들의 발언을 한 달간 인스타그램에 연쇄적으로 올렸다.

벨기에서는 이미 2014년 거리 성희롱 금지법이 통과됐고, 포르투갈과 페루에서도 관련 법안이 만들어졌다.


유혹이나 친밀감의 표시와 성희롱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시아파 장관은 “우리는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지점,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지점, 그리고 괴롭힘을 당한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지점을 잘 안다”고 일축했다. 그는 태스크포스에서 의원·경찰·법관들이 협력해 성희롱의 법적 구성요건을 새로 정립할 예정이라며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 총체적으로 다시 정의하겠다”고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거리 성희롱의 벌금 수준을 수천 유로 정도로 언급하기도 했다.

성평등을 강조해 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5일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최근 수십 건의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게 2012년 수여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의 서훈 취소 절차를 시작했다며, 정부가 법적으로 성폭력을 더 잘 정의할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