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널리 회자되는 사례는 ‘자유의 횃불’ 캠페인이다. “살찌는 디저트 대신 허리가 잘록해지는 담배를 피우라”며 여성을 유혹한 ‘안티 스위트’ 캠페인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아메리칸 토바코 컴퍼니는 더 공격적인 여성 공략을 주문한다. 이에 버네이스는 1929년 부활절 때 젊고 매력적인 여성 30명에게 담배를 피우며 퍼레이드하도록 했다. 한 참가자(실은 버네이스 비서)는 “여성도 남성처럼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자유의 횃불을 올리자”고 했고, 언론은 이를 주요 기사로 다뤘다. 이후 여성 흡연 인구는 크게 늘었다. 당시 여성들은 버네이스가 의도한 대로 담배를 자유의 상징으로만 여겼지 담배회사 주머니를 불려주는 거대한 연극에 동원됐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버네이스는 대공황으로 어려움을 겪던 출판사들에도 구세주였다. 그는 “지도층 인사들에게는 독서의 유용함을 발언해 달라고 요구하고 건축업자에겐 새로 짓는 집에 붙박이 책장을 설치해 달라고 설득했다. 지적 허세를 과시해야 하는데 때마침 빈 책장이 있으니 책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은밀한’ 조작의 시대를 연 버네이스는 ‘대중은 선전가의 의도대로 움직인다’며 ‘우리는 대중 심리를 이해하는 극소수에 의해 지배받는다’고 했다. 그가 쓴 『여론결정』(1923)과 『프로파간다』(1928) 등은 나치의 선전자 괴벨스가 교본으로 삼았다.
국회에서 부결된 헌재소장에 집착하는 청와대의 무리수를 포털 댓글 동원으로 돌파하려던 여당의 행태를 보니 ‘선전(프로파간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프로파간다』의 마지막 구절이 자꾸만 떠오른다. 맞다. 조작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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