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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82] 인구센서스와 인구사

바람아님 2013. 10. 12. 22:02

(출처-조선일보 2010.10.29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59,594,978명. 이 수치는 '한서지리지(漢書地理志)'에서 밝히고 있는 서기 2년 중국 한나라의 인구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거 인구는 현재보다 훨씬 소규모여서, 오늘날 남·북한 인구를 합치면 옛날 중국 인구보다 많은 셈이다.

과연 이 수치는 믿을 만한 걸까? 전통적으로 이 수치는 직접적인 인구조사 결과로 간주되었지만, 아마도 각 행정구역의 자료들을 더해서 얻은 것일 가능성도 있다. 인구사(人口史) 전문가들은 실제 인구는 이보다 10% 정도 많았을 것으로 추산한다. 세금과 징병 의무를 지지 않는 상위 귀족들이나 대부분의 노비들이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전문가들은 이 인구 추산치는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본다. 고대 중국 제국체제는 꽤 정확한 인구 통계를 낼 수 있을 정도로 효율적이었던 것이다. 사실 오늘날에도 한 나라의 인구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 인구는 그 자체로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대체로 중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5분의 1 정도를 차지해 왔다. 현재에도 중국 인구 13억은 세계 인구 69억 중 19.5%를 차지한다. 한나라 때 약 6000만명이었던 인구는 2000년 동안 20배로 증가했다. 그 증가 추세 중 중요한 전환점은 18세기라 할 수 있다. 청대에 정치·경제적으로 안정기를 맞아 자연스럽게 인구가 증가한 측면도 있고, 영토가 크게 확대되어 중국 국민으로 편입된 사람들 수가 증가한 측면도 있다. 하여튼 18세기를 경과하며 중국 인구가 크게 증가하여 1820년대가 되면 중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37%를 차지하게 되었다. 세계인 10명 중 거의 4명이 중국인이었던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우를 보면 남한 인구 4900만명은 세계 인구의 0.7%를 차지하며, 국가 순위로는 세계 26위이다. 여기에 북한 인구 2400만명을 합쳐서 계산하면 7300만명이 되어 세계 인구의 1.1%를 차지한다.

현재 진행 중인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는 우리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마찬가지로 시간 속에서 인구가 변화해 가는 양상을 추적하는 인구사는 인류 역사의 기본 골격을 파악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