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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56] 월식

바람아님 2018. 1. 31. 09:10
조선일보 2018.01.30. 03:1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내일(31일) 밤 9시쯤부터 수퍼 블루 블러드문(Super Blue Blood Moon)을 볼 수 있단다. 무려 150여년 만에 일어나는 삼박자 개기월식이다. 달의 공전 궤도가 타원형이라 때로 지구에 특별히 가까워진 지점에서 뜨는 별나게 크고 밝은 보름달을 수퍼문이라 부른다.

블루문은 공기 중에 먼지가 많을 때 창백한 푸른 빛깔로 보이는 달을 일컫는다. 또한 보름달이 월초에 한 번 뜨고 월말에 또 한 번 뜨면 그 두 번째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블루문이 언제나 푸른 빛을 띠는 것은 아니다. 1961년 두왑(doo-wop) 그룹 마르셀스(The Marcels)가 불러 100만 장 넘게 팔린 '블루문'에서도 "쳐다보니 달은 황금빛으로 변해 있었다"고 노래한다.


개기월식 때 지구 그림자가 달을 완전히 가려도 황금빛 정도가 아니라 핏빛에 가까운 블러드문이 보이는 이유는 빛의 굴절 현상 때문이다. 햇빛이 지구의 대기층을 통과할 때 공기의 굴절률이 큰 지표 쪽으로 꺾이며 지구 뒤에 숨은 달을 비춰 드러낸다. 파장이 짧은 파랑과 보랏빛은 공기 분자들에 의해 잘 흐트러지기 때문에 지구의 대기층을 통과해 달에 다다르는 빛은 붉은색 계통이다. 저녁노을이 붉게 타오르는 것도 같은 이치다.


나는 30여년 전 미국 보스턴에서 월식을 처음 목격했다. 우리는 찰스 강변 잔디밭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둥근 지구 그림자가 서서히 달(月)을 좀먹어(蝕) 들어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월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모두 환호했지만 정작 달이 완전히 먹히고 나자 홀연 검붉은 어둠이 우리를 내리눌렀다.


우리는 물론 월식이 왜 어떻게 벌어지는지 배워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우리도 그 순간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약간의 두려움에 숙연해지던데 그 옛날 이런 물리 지식이 없던 시절의 사람들은 진정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 같은 충격은 환한 대낮이 졸지에 암흑으로 변하는 일식의 경우 훨씬 더 극적이지만 휘영청 둥근 달이 핏빛으로 물드는 광경도 충분히 두려웠으리라.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