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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68] 남북 정상회담과 DMZ

바람아님 2018. 4. 25. 08:43
조선일보 2018.04.24. 03:10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오는 27일 드디어 2000년, 2007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인 감성 행보와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으로 인해 이번 회담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남다르다. 이참에 한반도에 갈등과 분쟁이 사라지고 진정한 평화가 안착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2014년 가을 강원도 평창에서는 '세계생물다양성협약(CBD)' 제12차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당시 환경부 장관의 요청으로 대체 의장직을 맡은 나는 거침없는 매국 행위를 저질렀다. 기조연설에서 나는 "DMZ는 더 이상 한국 땅이 아니다. 인류 전체에 속한 땅이다"는 주제넘은 망언을 토해냈다.


만일 케냐 정부가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다면 과연 세계인의 반응이 어떨까? 자기 나라 땅을 개발하겠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침묵할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들이 죄다 들고 일어날 것이다. 세렝게티는 더 이상 케냐 땅이 아니다. 인류 모두를 위한 곳이다. 나는 우리나라 DMZ도 이미 그런 곳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통일 한국이 만일 DMZ를 보전해내지 못한다면 세계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꿈에도 소원인 통일'이 가시화할수록 내 시름은 오히려 깊어만 간다. DMZ의 미래에 관해 남북이 확실한 합의를 보지 못한 채 통일이 되면 DMZ 보전은 그날로 물 건너간다. 휴전으로 끊어졌던 국도 6개, 지방도 8개 그리고 경원선 철도까지 연결하면 기껏해야 폭 4㎞의 좁은 띠 모양의 DMZ는 더 이상 보전할 가치도 없는 땅으로 전락한다.


이번 회담에는 비핵화와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완화에 덧붙여 포괄적인 '남북 관계 진전'이라는 의제가 올라 있다고 들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에 DMZ 문제가 포함되길 기대한다. 구체적인 협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두 정상이 DMZ에 관해 운이라도 뗐으면 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