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5년 만에 우리나라가 섬나라 신세를 면하게 될 것 같다. 4·27 정상회담 덕택에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재개될 전망이다. 경의선은 1906년 서울에서 개성·사리원·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연결되었다가 1911년 압록강철도의 개통으로 만주까지 이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철도이다. 그 후 분단으로 끊어졌다가 6·15 정상회담 이후 복원돼 2007년 5월 17일부터 운행이 재개됐지만 2008년 12·1 조치로 또다시 멈춰 서 오늘에 이른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강릉·원산·나진을 지나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연결되면 세계 최장 철도의 일부가 된다. 경의선과 동해선이 다시 개통되면 일본은 여전히 섬나라로 남겠지만 우리는 대륙으로 복귀한다. 그리되면 유라시아 대륙 물류 유통의 동방 시발점이 되어 엄청난 경제 효과를 얻을 것이다.
자칫 생태학자의 지나친 몽니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DMZ에 관한 걱정을 꺼내놓을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 때에는 '햇볕 정책'의 성과에 너무 목을 매느라 서두른 감이 있지만 이번에는 통일 한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남북 경협에 마음이 급한 건 알겠지만 경의선과 동해선은 물론 DMZ를 통과하는 모든 철도와 도로를 고가(高架)로 복원해줄 것을 간절히 요청한다.
우리는 이미 4㎞ 이상의 고가 도로와 철로를 수없이 많이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반세기가 넘도록 어차피 섬나라처럼 살았는데 통일이 되더라도 DMZ를 강이나 해협처럼 생각하고 건너다니면 안 되는 것일까?
서쪽의 경의선과 동쪽의 동해선을 지금처럼 지표면에 연결하면 DMZ에 사는 동물들은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 꼴이 된다. 그런 다음 열댓 개의 철도와 도로로 토막 내면 DMZ는 더 이상 생태계의 보고(寶庫)가 아니다. 우리의 통일이 DMZ 동물들에게 분단의 아픔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인간의 화해(和解)가 자연에 돌이킬 수 없는 화해(禍害)를 끼칠까 두렵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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