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로 구성된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남북의 정상이 경제 협력을 다짐했지만 완전한 북핵 폐기가 이뤄지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릴 때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에서 북한 산림녹화는 매우 현실적이고 현명한 선택이다.
북한은 국토의 70% 이상이 산(山)인데 거의 모두 민둥산이다. 나이가 지긋한 독자라면 어렸을 때 보던 바로 그런 산 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후대들에게 벌거숭이산, 흙산을 넘겨줘선 안 된다"며 지난해 3월 김일성종합대학교에 산림과학대학을 신설했다. 2014년에 방한한 독일 생태학자 카롤라인 뫼링은 "독일 통일은 꿈처럼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음악·스포츠 그리고 환경처럼 소프트(soft)한 분야부터 하나둘 교류하자 '둑'이 터지듯 어느 순간 '통일'에 가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조선일보 2014년 9월 1일 자). 산림녹화야말로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강한 협력 사업이다.
2014~2016년 동안 유엔 산하 생물다양성협약(CBD)의 의장직을 수행할 때 내가 외국 동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칭송은 "대한민국은 산림녹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라는 것이었다. 그런 칭송에 은근히 고무됐던 사람의 입에서 나올 얘긴가 하겠지만, 북한의 산림녹화는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산림을 녹색으로 물들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지금 산림 생태계는 그리 건강하지 않다.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이라 전국의 산을 불과 몇 종의 나무로 뒤덮었다. 그것도 대부분 외래종으로.
북한에 나무를 심을 때 군집생태학 전문가의 참여가 절실하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산림생태계의 생물 다양성과 구조적 기능까지 염두에 두고 자연적 천이(遷移)를 고려하며 단계적인 식재와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 급하다고 후딱 외국에서 들여오지 말고 우리 땅에 잘 뿌리 내린 나무들을 키워가며 심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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