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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80] 세계 침팬지의 날

바람아님 2018. 7. 18. 08:49
조선일보 2018.07.17. 03:1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7월 14일은 자유·평등·박애의 가치를 지켜낸 프랑스혁명 기념일이다. 1960년 바로 이날 제인 구달은 26세의 젊은 나이에 야생 침팬지를 연구하러 탄자니아에 첫발을 디뎠다. 우리는 그의 연구 덕택에 우리의 가장 가까운 사촌인 침팬지에 대해 많을 걸 알게 되었다. 이를 기리기 위해 제인구달연구소(JGI),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 등 10개 단체들이 모여 '세계 침팬지의 날'을 제정했다.


구달 박사는 침팬지들도 나름 사회를 구성하며 서로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맺고 산다는 걸 발견했다. 초식을 주로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육식을 즐긴다. 특히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하며 심지어 제작까지 한다는 그의 발견에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는 "이제 우리는 도구를 재정의하거나, 인간을 재정의하거나, 아니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달의 침팬지 연구는 우리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침팬지가 담당하는 자연의 전도사 역할을 우리나라에서는 돌고래 '제돌이'가 하고 있다. 내일은 제돌이가 서울대공원 수족관을 떠나 제주 바다로 돌아간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나는 작년 이맘때 7월 18일을 '제돌절'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조선일보 2017년 7월 18일 자). 지금 제돌이와 그의 네 친구 삼팔이·춘삼이·복순이·태산이는 모두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제주도 돌고래 생태 관광은 해마다 20%씩 성장하고 있다. 5년 전 제돌이를 돌려보낼 때 나는 그의 등지느러미에 큼지막하게 번호 '1'을 새겨주었다. 배를 따라 헤엄치는 돌고래 무리 중 한 마리가 등에 1번을 단 채 물을 박차고 튀어 오르면 뱃전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로 변한다.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제돌이다!"를 외친다. 어떤 이는 만세를 부르고, 또 어떤 이는 눈물을 훔친다. 제돌이가 야생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주고 있다. 자유·평등·박애는 야생동물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