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5.15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벌써 몇 년째 매주 일요일 아내와 함께 KTX를 타고 지방 나들이를 한다.
지방에서 강연이나 행사가 있을 때에도 제주도가 아니면 거의 어김없이 KTX를 이용한다.
직접 차를 모는 일은 꿈도 꾸지 않는다. 외국에서도 고속열차를 타봤지만 편리함으로는 우
리 KTX만 한 게 없다. 정말 좋다.
딱 한 가지만 빼고. 몇몇 승객의 배려 없는 행동은 진짜 꼴불견이다.
꼴불견 #1: 반대 방향에서 오는 열차가 스치듯 지나치며 내는 굉음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을 더 못 견디겠다.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떠드는 사람이나 전화로 자기 삶을 온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 참 싫다. 나는 승무원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꼭 도움을 청한다.
아 그런데, 신문을 펼칠 때마다 격하게 파열음을 내는 양반들은 어찌해야 하나?
꼴불견 #2: 열차에 올라 자리에 앉자마자 창문 가리개부터 내리는 사람이 있다.
잦은 여행에도 나는 철 따라 변하는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기 좋아하는데 뜻밖에 많은 사람이 다짜고짜 가리개를 내리고
잠을 청하거나 스마트폰에 몰두한다. 햇빛이 너무 강해 부득이 가리개를 내려야 할 때면 나는 앞뒤 승객에게 반드시 양해를
구한다. 해보면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다. 좌석마다 따로 창문을 내줬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좌석 넓이에 맞게
창문 가리개라도 따로 만들어주면 안 될까?
꼴불견 #3: KTX 꼴불견 중 제일 악랄한 건 역시 먼저 내린 승객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할 때다.
읽고 난 신문을 꽂아놓고 간 것까진 참겠는데 온갖 포장지와 심지어 음식 찌꺼기까지 치워야 할 때에는 나도 모르게
상욕이 절로 나온다. 요즘은 코레일 회원도 많고 대부분 신용카드로 표를 끊는 만큼 이런 진상 고객은 추적해 벌금을
매기거나 더 좋게는 친절하게 그 쓰레기를 착불로 배달해주면 어떨까?
철도공사에서 진지하게 방법을 찾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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