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1.16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곧 다가올 미래를 흥
미진진하게 보여줬다.
날씨와 교통 상황을 알려주는 욕실 거울, 날씨에 알맞은 옷을 증강 현실로 입혀 보여주는 옷장,
무선 충전기 등은 당장이라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참이다.
LG디스플레이가 내놓은 65인치 두루마리 TV와 에이서(Acer)의 8.98㎜ 초박빙 노트북은
조만간 소비자의 지갑을 열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여전히 실망스러운 분야는 로봇 기술이다. 온갖 가사(家事) 도우미 로봇이 넘쳐나지만 아직 너무 느리고 어설프다.
무엇보다 로봇이 하는 일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이번 전시회에서 최고 인기 상품은 단연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였다. 손으로 쓰다듬으면 실제 강아지처럼 반응하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교태까지 부린단다.
10년도 훌쩍 전에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조택연 교수는 내게 '말썽꾸러기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가사를 돕기는커녕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짓궂은 장난을 일삼고 소소한 사고를 치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얘기였다.
남들은 죄다 도우미 로봇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데 무슨 엉뚱한 발상이란 말인가?
2015년에 나온 '잔소리 로봇'이라는 어린이 책이 있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잔소리 리모컨'을 들고 아이가 해야 할 일을 일일이 지시하고
참견하는 엄마를 그린 책이다. 잔소리는 대개 나이가 들며 더 심해지건만 어느 날 홀연 잔소리할 대상이 사라진다.
아이가 커서 집을 떠나면 늙은 부모만 덜렁 남는다. 바로 이때 귀여운 로봇이 집 안을 돌아다니며 말썽을 부리면
그 녀석에게 잔소리하며 적적함을 달랠 수 있다.
AI 시대에도 기발한 역발상이 필요하다. 성공은 종종 도도한 흐름을 거스를 때 일어난다.
조택연 교수가 정말 이런 로봇을 만들면 나는 그 회사에 투자할 생각이다.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37] 개치네쒜 (2017.09.19)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8/2017091802790.html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56] 농사를 짓는 동물 (2016.03.0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29/2016022903189.html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61] 아기의 칭얼거림 (2014.04.15)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14/20140414039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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