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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20] 도쿄 중심가 地名이 된 네덜란드人

바람아님 2018. 8. 10. 07:56

(조선일보 2018.08.10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도쿄의 중심 도쿄역(驛)에 가면 '야에스(八重洲)'라는 명칭을 많이 볼 수 있다.

동쪽 출입구의 이름이 '야에스구치'이고, 지하의 대규모 복합상업시설을 '야에스 지하가(地下街)'라고 한다.

인근에는 '야에스 북센터'라는 대형 서점도 있다. 야에스는 도쿄역이 소재한 곳의 지명이다.

니혼바시(日本橋)에서 긴자(銀座)로 이어지는 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서울로 치면 종로 한복판에 해당하는

도심의 최중심지이다.

야에스라는 지명은 네덜란드인 얀 요스텐(Jan Joosten)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얀 요스텐은 네덜란드 무역회사 소속 상선(商船) 리프데(Liefde)호의 선원이었다.

얀 요스텐은 리프데호가 1600년 4월 일본에 표착(漂着)한 것을 계기로 일본에 정착하게 된다.

당시 최고 실력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전국 통일을 향한 결전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도쿠가와는 리프데호에 적재되어 있던 유럽의 신무기와 조선술, 항해술 등을 도입해 전력화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도쿠가와는 영국 출신 윌리엄 애덤스(Adams)와 얀 요스텐을 중용하였다.

쇼군 거소인 에도성 인근에 주거를 마련해 주고 수시로 불러 서양의 신기술과 세계 지리, 정세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윌리엄 애덤스는 후에 미우라 안진(三浦按針)이라는 성명과 영지를 하사받아 정식 사무라이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얀 요스텐은 '야요스(耶楊子)'라는 일본식 통칭으로 불렸는데, 그가 거주하던 곳을 야요스로 부르던  것이

야에스로 전화(轉化)되면서 현재와 같은 지명이 되었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에도성과 통하는 곳이니,

도쿠가와가 이 이방인들을 얼마나 측근으로 귀하게 대접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