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8.18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은 과거다"라고
역사학자 시어도어 젤딘은 말했다.
진짜 빛을 보고 느끼기 위해선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그는 과거의 역사를 호출해 우리가 어떻게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책 '인생의 발견'에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28가지의 질문이 들어 있다.
우리는 언제 생각하게 되는가? 그것은 당연히 질문을 받았을 때이다.
에디슨의 실험실 앞에 이런 경고문이 있었다.
'인간은 생각하는 수고를 피하기 위해 모든 편법을 동원한다.'
인간은 "왜?" 라는 질문을 멈출 때 비로소 성장이 멈춘다.
책에는 '옥스퍼드 뮤즈'재단에서 보급하고 있는 대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실험이 등장한다.
실험에서는 배경이 다른 낯선 사람이나 안면만 있는 사람을 무작위로 마주 앉게 한다.
그리고 레스토랑 메뉴처럼 20여 가지 주제로 분류된 대화 메뉴를 제시한다.
그중에는 '당신의 동정심은 어디까지인가?' '지난 몇 년 동안 삶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같은 질문이 있다.
주최 측에선 참가자들에게 경험을 나누고 대화하며 그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가치 있을지 생각해보라고 주문한다.
우리는 두 종류의 유리를 통해 세상을 본다. 하나는 거울이고, 또 하나는 창문이다.
거울이 자아를 직접 바라보는 것이라면, 창문은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통로이다.
자신을 알기 위해선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친구나 낯선 타인과 대화하며 자신에 대해 설명하다가 스스로에 대해 명확히 깨닫는 경우가 더 많다.
젤딘의 말처럼 "생각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하기 전에는 그 나름의 가치를 모른다.
이 세상에는 객관적으로 자서전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대화를 나누면서 자기가 누구인지 설명하려고 시도하고
그러다가 자화상을 스케치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나'를 강조하는 사회지만 '나'를 알기 위해 '너'라는 거울이 필요한 것이다.
방대한 인류 역사 훑으며 지혜의 유산을 뽑아냈네 (2016.12.17 유석재 기자) 인생의 발견 : 우리 삶을 가치 있고 위대하게 만드는 28가지 질문 시어도어 젤딘 지음 |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448쪽 | 1만6800원 189.2-ㅈ568ㅇ/ [정독]인사자실/ [강서]2 학창 시절에 유머와 관련해 교사로부터 들어 본 조언은 "그만 좀 히죽거려"였다고 그는 회상한다. 하지만 이 영국의 역사학자는 "유머는 세상을 바꾸는 저항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대 이집트인의 농담과 현대 중국 작가 라오서의 예를 들면서, 빈정거림과 연민과 환상이 거대한 공감으로 어우러져 보통 사람들이 가식을 벗어던지고 서로의 진실을 보도록 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끈다. 이 책은 개인적 성찰을 넘어선다. 수천 년의 인류 역사 속에서 명멸했던 방대한 지혜들을 발견하고 서로 잇는 통시적(通時的)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나'에 대한 환상을 버릴 수 있을까" "믿지 않는 사람이 믿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현답(賢答)이 역사의 거울 속에서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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