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1.05.06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사)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관계는 유라시아 대륙 역사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7세기에 이슬람교가 성립된 이후 십자군전쟁으로부터 최근 9·11 사건에 이르기까지 양측은 수많은 유혈충돌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두 종교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또 적대적일까? 아니다. 두 종교의 교리는 생각보다 훨씬 공통점이 많다.
이슬람교에서 예수는 신앙의 원수이기는커녕 지극히 중요한 성인이다. 예수는 모든 예언자 가운데 유일하게 신의 말씀으로 예고되었고 처녀잉태를 통해 탄생했다. 쿠란은 또 예수가 죽을 때에도 신이 개입하여 구원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십자가 처형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환상일 뿐이며 실제로는 신이 예수를 직접 하늘나라로 불러올린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므로 예수는 인간 중 유일하게 죽음을 면한 존재다. 쿠란에 의하면 알라는 인간들에게 마지막 심판의 소식을 전하는 임무를 예수에게 맡겼고, 예수는 무함마드도 하지 못한 여러 기적을 행하며 그 임무를 수행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예수는 무함마드보다 더 우월한 예언자인가?
여기에서 두 종교 간 해석이 갈린다.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예수의 수난은 인간이 원죄로부터 벗어나도록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겪는 불안, 베드로의 배반, 십자가의 고통 등 모든 절망의 과정을 예수 자신이 통과한 끝에 인간은 원죄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무슬림의 입장에서는 신의 사자가 그런 굴욕과 패배를 겪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신이 보낸 사자라면 믿을 만한 증인 앞에서 신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고, 또 그 메시지를 받은 민족은 그것을 정확하게 잘 보존해야 한다. 그런데 베드로를 비롯한 예수의 제자와 증인들은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으며, 따라서 예수는 움마(신앙공동체)를 모으지도 못했고, 신의 메시지는 결국 상실되었다. 이슬람의 관점에서 보면 예수의 소명은 실패로 끝났다. 예수가 진짜 예언자인 것은 맞지만 그가 받아온 메시지가 불명확하게 된 이상 무함마드라는 마지막 예언자가 다시 필요하게 된 것이다. 물론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무함마드는 거짓 예언자이다. 대부분 유사하되 결정적인 지점에서의 차이, 이것은 결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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