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018.11.12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신간] 전 KBS이사 황근 교수 ‘공영방송과 정책갈등’ 발간
“KBS·MBC 거버넌스 구조는 정치권 집착이 만든 왜곡된 안배구조”
공영방송과 정책갈등
황근 지음 | 온샘 | 460쪽 | 3만3000원
KBS 이사를 역임한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신간 <공영방송과 정책갈등(도서출판 온샘)>을 최근 펴냈다.
이 책은 공영방송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물론 수신료 인상 등과 같은
한국 공영방송의 정책갈등도 함께 다뤄 한국 공영방송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소하는데 도움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집권 후 공영방송 경영진을 교체하고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왔다.
반면 야당은 방만한 조직과 불합리한 경영, 공정성 문제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한다.
정권교체에 따라 공·수가 뒤바뀌어 매번 대립하는 정치권 행태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황근 교수는 책에서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파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은
공영방송을 정치적으로 통제하고 싶어하는 정치권과 정치인들의 집착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지금 KBS와 MBC의 거버넌스 구조는 그러한 정치권과
정치인들의 집착이 만들어낸 왜곡된 안배구조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정작 공영방송 존립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는 미디어 시장변화에 따른 영향력 감소와
경영 압박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보면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공영방송이 정치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또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만 바꾸면 공영방송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재정적으로도 점점 불안정해지고 정치, 사회적 영향력도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가 진정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는 올바른 방법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황 교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이 급성장하면서 고조되는 공영방송 위기론을 부추기는 요소의 하나로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의식을 꼽았다.
그는 “어쩌면 결국 공영방송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사자들의 의식구조라 할 수 있다.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단순히 공익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한 사회가 지향하는 문화적, 사회적 목표를
실천하는 선도자로서 갖추어야할 프로티어 정신이 요구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 우리 공영방송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법제도보다 공
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의식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KBS나 MBC 종사자들의 태도들은 이러한 의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디지털 융합시대에 들어 매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공익적 의식은 더욱 약화되고
생존논리에 바탕을 둔 조직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황 교수는 2000년대 이후 KBS, MBC를 비롯한 지상파방송사들이 강력하게 요구 또는 추진해온 방송시간 확대,
광고규제완화, 상업적 다채널플랫폼 등을 보면 공영방송 기본 이념과는 배치되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표면적으로는 공영방송의 공익적 책무를 강화하기 위한 재정적 안정과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공영방송의 상업화를 가속화시키는 것들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광고 매출 감소로 재정이 악화된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에 문재인 정부가
중간광고를 허용키로 한 것 역시 공영방송 기본 이념과는 동떨어진 처사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황 교수는 “이 때문에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상업방송 혹은 유료방송과 별 차이 없는 공영방송이 왜 필요하며,
이를 위해 별도의 수신료를 납부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박에 없다”며
“여기에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지 않은 불안정한 구조 역시 공영방송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고 있다.
결국 우리 공영방송은 법, 제도적으로도 불안전하지만 공영방송의 지향점에 있어 구성원들의 의식 결여가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책은 공영방송과 관련된 다양한 갈등요인에 대해 지금까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다루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갈등요인의 근본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공영방송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두고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영방송은 존립근거와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동의 없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만들어진
형식화된 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거버넌스 뿐만 아니라 재원구조, 편성, 공정성 등 여러 측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정치적 이해나 정치논리로부터 벗어나는 탈정치화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 황근 교수는 공영방송에 대한 다양한 논문과 저서를 통해 개별 정책갈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 발표해 왔다.
이 책은 그동안 다루었던 공영방송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전체 공영방송 정책갈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밝히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출간되었다.
1부 ‘공영방송의 본질과 위기’와 2부 ‘공영방송 정책갈등’으로 구성돼 있다.
방송정책을 입안하는 정책입안자, 방송산업을 이끌어가는 방송사업자,
공영방송에 대해 연구하는 커뮤니케이션학도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저자 황근 교수의 저서로는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공저, 2012), 『디지털 방송 법제론』(공저, 2007),
『모바일 미디어: 디지털 유목민의 감각』(공저, 2006), 『정보통신과 디지털 법제』(공저, 2004),
『방송위원회의 정책 과제와 방향』(2000) 등이 있고,
연구 논문은 “공영방송 수신료 개선방안 연구: ‘절차적 정당성’ 확보방안을 중심으로”(2014),
“IT콘텐츠 산업 활성화와 인력창출 및 안정화 방안”(2012),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 공영방송의 역할과 규제체계”(2010),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선순환공정경쟁문제”(2009),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조와 역할에 대한 평가 연구”(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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