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08 이미도 외화 번역가)
'모든 창조적 행위의 출발은 파괴다(Every act of creation is first an act of destruction).'
피카소의 이 글은 '슈렉(Shrek·사진)'이 장착한 무기이고, 무기 이름은 '역발상(逆發想)'입니다.
작품 속 왕자는 꽃미남이 아닙니다. 공주는 잠들어 있지 않습니다.
공주를 구하는 영웅은 백마 타는 금수저가 아닙니다. 초록색 괴물입니다.
주인공 슈렉은 깊은 숲에 숨어 삽니다. 그 이유를 그가 이렇게 밝힙니다.
"괴물은 양파와도 같아(Ogres are like onions)."
'괴물'이 '인간'이어도 무방한 이 은유는 후속 대사가 그 뜻을 풀어줍니다.
"사람들은 나에 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겉만 보고 판단하려고 들어. 그래서 난 혼자 사는 게 더 좋아."
그런 슈렉을 세상 밖에 나오게 한 건 영주의 명령입니다. "성탑(城塔)에 갇힌 피오나 공주를 구해 오라."
이런 글이 있습니다. '사람은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같다. 해가 비치면 창은 반짝이고 빛난다.
하지만 밤이 와 어두워지면 건물 안을 밝히는 빛을 받아 비로소 창의 진정한 미(美)가 밖으로 드러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에 있다(True beauty is on the inside, not the outside)는 뜻이지요.
피오나와 결혼해 왕이 되려는 영주도, 그녀를 짝사랑하는 슈렉도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녀는 낮엔 미모의 공주로, 밤엔 추한 괴물로 변합니다.
진실한 사랑의 첫 키스를 받아야 영원히 공주가 된다고 믿는 그녀가 서둘러 영주와 입맞추려 할 때 해가 집니다.
하객들이 경악합니다. 슈렉은 달라진 모습 그대로도 좋다고 고백하고 피오나와 첫 키스를 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해 쏟아지는 빛이 그녀를 감쌉니다. 과연 그 빛은 그녀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요.
'그 후로도 영원히 행복하기 위해' 누구도 꼭 완벽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노래하는 '슈렉'은
2001년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신설한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부문 초대(初代) 수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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