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3.09 이한수 기자)
붉은 왕조
파스칼 다예즈-뷔르종 지음|김주노·원용옥 옮김|중민출판사|464쪽|1만9000원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5년간 대학 교육 담당관으로 일한 한국통 프랑스인이
북한이라는 '붉은 왕조'를 해부한다.
'김일성 혹은 장엄한 군주제' '김정일 혹은 핵 왕조' '김정은 혹은 군주제 2.0'이라는
챕터 제목에서 보이듯 북을 왕조 국가로 파악한다. 저자는 이 점에 호기심을 갖는다.
사회주의 체제라면서 어떻게 왕조 국가를 만들 수 있었나?
북 주민은 자신을 억압하는 독재자에게 저항은커녕 어떻게 존경과 지지를 보내는가?
저자는 '자발적 복종'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북 주민은 수천 년간 전제군주제만을 경험했다.
김일성은 한반도에서 히로히토를 몰아내고 새 왕조를 세운 영웅이다.
예술과 문학, 라디오와 영화 등을 통해 주민들이 최면에 걸리도록 했다.
김씨 왕조는 전쟁 위기를 내세워 권력을 유지한다.
"독재는 항상 위기 상황에서 탄생한다. 사람들은 평양이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우려고 한다고 비난한다.
맞는 말이지만, 그 전쟁은 무엇보다 내부용이다."
미테랑 대통령이 1981년 대선 두 달 전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이 "미래의 대통령을 만나 기쁩니다"라고 했고,
미테랑은 김일성을 "양식 있고 현실적인 사람"으로 평했다는 일화 등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최근 미·북 회담 등 변화 상황은 새로 쓴 후기에 덧붙였다.
저자는 "북한은 붉은 왕조의 영도 아래 고립되고 민족주의적이며 전제적인 상태로 남아 있다"면서도
"긴장 완화를 통해 협력과 공동 번영의 길에 도달하려면 붉은 왕조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 한국 역사의 가장 큰 역설"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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