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4.04. 03:48
"비싼 신발 살 돈으로 책 사봐라" 지나친 관심 받자 홀연히 사라져
그런데 최근 이 남성이 중국 소셜미디어 인기 스타가 됐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공자나 노자의 고전 철학을 설명하는 영상이 퍼졌기 때문이다. 젊은 중국인들은 "노숙자 철학가가 나타났다"며 크게 호응했다. 지난달 21일엔 중국 관영 인민일보가 선웨이를 인터뷰해 실었고, 워싱턴포스트(WP), BBC 등 외신도 그를 조명하고 있다.
선웨이는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철학을 곁들여 고민 상담을 해준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들에서 그는 "뭇 사람은 재주(才)보다 덕(德)이 앞서야 한다"거나 "좋은 일을 시작하긴 쉬우나 끝맺기는 어렵다"는 논어 구절을 들어 인생 강의를 펼친다. 소유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돈을 구걸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춘추좌씨전'이나 '전국책'을 구걸해서 봤다"고 말했다. 오히려 젊은이들을 향해 "사람들은 신발에 몇 백 위안, 몇 천 위안 잘도 쓰면서, 책은 몇 십 위안도 아까워하더라"고 꾸짖었다.
길거리 철학 영상이 번지면서 그는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지난달 17일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그의 동영상은 현재까지 조회 수가 1400만 회를 넘는다. 젊은 팬들은 아침 7시부터 찾아와 그에게 강의를 청하거나,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조른다고 한다. 그가 강연을 시작하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몰려 들어와, 말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WP는 "부와 명예를 좇느라 지친 중국 젊은 층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는 중국 남서부 청두시의 평범한 중산층 출신이다. 4년제 대학을 나와 상하이 쉬후이구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2002년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는 그의 습관 때문에 정신병을 의심받고 강제 병가 처리됐고, 이후 살던 아파트에서 '더럽다'고 쫓겨나 방랑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의 행방이 이달 들어 갑자기 오리무중이라고 한다. 언론들은 최근 쏟아지는 관심에 부담을 느낀 그가 상하이를 떠났다고 추측하고 있다. 선웨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가 한지(漢紙)에 쓴 10단어 서예 '작품'이 온라인 경매에서 1만3000달러(약 1470만원)에 팔렸고, 여자 친구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나 40만명의 팔로어를 끌어모았다. 결혼을 한 적이 없는데도 그의 아들이라 주장하는 청년이 방송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베이징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를 원숭이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아무도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찾아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 목격한 사람에 따르면 선웨이는 머리를 자르고 수염을 깔끔하게 밀었다고 한다. 그가 자주 출몰하던 상하이 푸둥 번화가 거리에는 '정신과 육체가 지쳐서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쪽지가 남아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生活文化 > 세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앙아 키르기스스탄 '신부훔치기' 관습 여전..납치후 결혼 요구 (0) | 2019.04.08 |
---|---|
"신의 저주다"..호주 섬 원주민들 덮친 미스터리한 질병 (0) | 2019.04.07 |
[월드피플+] 비 오나 눈 오나..6년간 매일 친구 업고 학교 다닌 소년 (0) | 2019.04.04 |
"해리포터는 신성 모독" 폴란드 사제들 책 '화형식' (0) | 2019.04.03 |
[기억할 오늘] 미야코 오도리(4.1) (0) | 2019.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