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北韓消息

<사설>김정은이 직접 文대통령 劫迫(겁박)..대북 평화 幻想 파탄났다

바람아님 2019. 7. 27. 08:56

문화일보 2019.07.26. 12:1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남조선 자멸’ 운운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겁박(劫迫)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없었던 초유의 협박으로서, 김 위원장이 어떤 무자비한 도발도 자행할 위험한 인물임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아울러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던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이 휴지 조각에 불과하며, 그나마 이젠 파탄났음을 보여준다. 다만, 평화로 위장했던 본색을 김 위원장 스스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문 정부는 당장 대북 환상(幻想)에서 벗어나 당당히 대응과 응징에 나서야 하며, 대한민국은 비장한 각오로 안보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 위원장은 25일의 미사일 발사가 남한을 겨냥한 것으로 적시하고, 남한의 첨단 무기 도입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 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라고 말했다. 한·미 훈련은 수십 년째 실시된 방어 훈련임을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다. 북한은 6·25 남침을 비롯해 3000여 회에 걸쳐 정전협정 위반 등 도발을 했지만, 한국과 미국이 먼저 북한을 공격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첨단무기 도입 역시 주권 국가로서 당연한 국방 태세의 일환으로 투명성 있게 이뤄지고 있다.


문 정부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 지난해 3월 대북 특사로 방북했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했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5월 9일 미사일 발사 때만 해도 ‘장거리 타격수단들의 화력훈련계획’이라고 했지만, 이번엔 방어망을 뚫을 ‘전술무기’라며 “일부 세력들에게는 해당한 불안과 고민을 충분히 심어주었을 것”이라고 한·미를 직접 겨냥했다.


특히,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적시한 것이 분명한 ‘남조선 당국자’를 향해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을 보냈다. 이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언제든 남한을 멸망시킬 수 있다면서, 남측 무장해제 지적까지 받는 9·19 군사합의 같은 조치를 계속하라는 협박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인격적 모독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강력한 제재와 당당한 대응 없인 북핵을 폐기할 수도, 북한을 정상체제로 바꿀 수도 없음이 더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