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9.10.28 05:00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009년 한 인터뷰에서 스타 정치인을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람”에 비유했다. “한번 올라타면 놓고 떨어지든가, 죽기 살기로 매달려서 끝까지 가든가 둘 중에 하나”라면서. 지금 그가 꼭 그런 상황이다.
“20대 멘토 자처하던 멸균 지식인
조국 싸움꾼 되며 많은 것 잃어 ”
노무현 ‘논두렁 시계’ 트라우마
민주당 잘 못 싸운다 판단해 개입
“한대 맞고 세대 때릴 각오로 싸움”
‘조국 사태’에 뛰어들었던 유 이사장은 검찰 수사를 받는다. 그것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가 맡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주관하고 있는 핵심부서다. 유 이사장은 최성해 동양대학교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 전 장관 딸의 표창장 위조 관련 의혹을 무마하려 한 혐의(증거인멸·강요 등)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재 목적으로 사실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자유한국당이 그를 고발했다.
유 이사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그의 비서관이었던 조요한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은 검찰 수사 전에 유 이사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여러 사태가 있어서 심경이 복잡할 것 같아 전화를 드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때 유 이사장은 “세상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유 이사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그의 비서관이었던 조요한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은 검찰 수사 전에 유 이사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여러 사태가 있어서 심경이 복잡할 것 같아 전화를 드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때 유 이사장은 “세상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①왜 뛰어들었나
유 이사장은 ‘조국 사태’ 초기만 해도 방관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지명한 지난 8월 9일 이후 사모펀드 논란 등이 불거졌지만 그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그 달 29일부터 ‘조국 대전’에 ‘참전’했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직접 책임져야 할 상황은 한 개도 없다”고 말하면서 조 전 장관을 적극 옹호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계기였을까. 유 이사장이 ‘뉴스공장’에 출연하기 이틀 전 검찰은 조 전 장관 주변 30여곳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조요한 부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논두렁 시계’로 자살까지 선택했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켜봤던 것에 유 이사장이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논두렁 시계 트라우마’는 유 부실장 말고도 다수의 여권인사들이 이유로 꼽은 키워드다.
무엇이 계기였을까. 유 이사장이 ‘뉴스공장’에 출연하기 이틀 전 검찰은 조 전 장관 주변 30여곳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조요한 부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논두렁 시계’로 자살까지 선택했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켜봤던 것에 유 이사장이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논두렁 시계 트라우마’는 유 부실장 말고도 다수의 여권인사들이 이유로 꼽은 키워드다.
민주당의 대응이 계기가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 민주당 인사는 “검찰의 횡포로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역사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것이 첫째 이유, ‘조국 국면’에서 밀리면 문재인 정부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두 번째 이유겠지만, 세번째는 더불어민주당이 잘 싸우지 못하고 있다고 봤거나 앞으로 민주당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과 언론을 향한 깊은 불신은 이런 분석과 동전의 앞뒷면이다. 유 이사장은 『청춘의 독서』(2017)에서 하인리히 뵐의 소설『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처음 읽었을 때를 회고하며 “주인공이 기자를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에서 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쓰기도 했다.
검찰과 언론을 향한 깊은 불신은 이런 분석과 동전의 앞뒷면이다. 유 이사장은 『청춘의 독서』(2017)에서 하인리히 뵐의 소설『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처음 읽었을 때를 회고하며 “주인공이 기자를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에서 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쓰기도 했다.
②무엇을 하려했나
“노 전 대통령 표현을 빌리면 ‘한 대 맞고 세 대 때릴 각오’를 하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헛발질도 있었지만, 유시민은 우리 편이 검찰과 언론을 상대로 싸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로직’(대응 논리)을 만들어 내는 거다, 끊임없이.”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복수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그의 장점은 ‘싸움의 기술’을 안다는 것이다. 2005년 유 이사장을 향해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라고 했던 김영춘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유 이사장이 과거보다 많이 순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히려 과거보다 발언의 내용은 더 강해졌다.
복수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그의 장점은 ‘싸움의 기술’을 안다는 것이다. 2005년 유 이사장을 향해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라고 했던 김영춘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유 이사장이 과거보다 많이 순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히려 과거보다 발언의 내용은 더 강해졌다.
그는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논리도 불사했다. 검찰의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두고 “악당들이 주인공을 제압 못 할 때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것”이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증거인멸·은닉 혐의 행위를 유 이사장은 ‘증거 보전용’이라고 주장했다가 검찰 뿐 아니라 법조계에 “궤변”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무리수도 뒀다. JTBC가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씨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사실이 아니라고 사과한 것, 최성해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급기야 수사대상이 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유 이사장과 함께 일했던 인사는 “그는 면도날 같은 계산을 하는 사람이다. 가짜뉴스까지 섞어 말한데는 분명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기로 그는 “진보 진영 결집”을 꼽았다. 실제 그의 등장 이후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세력이 결집한 건 사실이다.
무리수도 뒀다. JTBC가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씨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사실이 아니라고 사과한 것, 최성해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급기야 수사대상이 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유 이사장과 함께 일했던 인사는 “그는 면도날 같은 계산을 하는 사람이다. 가짜뉴스까지 섞어 말한데는 분명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기로 그는 “진보 진영 결집”을 꼽았다. 실제 그의 등장 이후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세력이 결집한 건 사실이다.
③정치 복귀 신호탄인가
그가 진영을 결집시켜서 얻으려 한 것은 무엇일까. 정치권 일각에선 그의 대권 가능성을 언급한다. 지난 22일 MBC ‘100분 토론’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유 이사장을 가리켜 “이제 (조 전 장관이 무너졌으니 진보진영에선 아무도 안 남았고) 좌파 진영 대표 주자”라고 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내가 다시 정치하고 대권 도전할 생각이 있으면 이렇게 안 한다”고 일축했다.
실제 그를 잘 아는 민주당 A의원도 “이미 진영 내부의 지지는 충분한데, 그것을 더 강하게 하려고 이런 싸움을 한다? 대선에 나오려면 ‘중간층’ 확보를 위해 지금과 정반대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정치 프로그램’(정치 복귀와 대권 도전) 때문에 이런 싸움을 한다는 건 100%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했다. 상당수 여권인사들도 이런 분석이었다.
실제 그를 잘 아는 민주당 A의원도 “이미 진영 내부의 지지는 충분한데, 그것을 더 강하게 하려고 이런 싸움을 한다? 대선에 나오려면 ‘중간층’ 확보를 위해 지금과 정반대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정치 프로그램’(정치 복귀와 대권 도전) 때문에 이런 싸움을 한다는 건 100%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했다. 상당수 여권인사들도 이런 분석이었다.
하지만 A의원은 “정계 복귀 및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이 판에 뛰어들었다는 것과 다시 정치에 불려 나갈 가능성이 ‘제로’(0)라는 얘기는 다르다”며 “개인적으로는 정치에 불려나갈 확률이 5%도 안 된다고 보지만, 제로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지인들도 “더는 깊이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조요한 부실장)고 할 정도로 그로선 이번 ‘싸움’으로 잃은 게 많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서『강남좌파』에서 유 이사장에겐 “세상의 더러움을 혐오하는 멸균 지식인”의 모습과 “정치라고 하는 게임의 법칙에 능수능란한 마키아벨리적 정치인”의 모습이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원한 측근은 “멸균 지식인의 모습일 때 그는 ‘20대의 멘토’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이번에 그걸 상당 부분 잃었다”며 “이미 정치를 떠난다고 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정치적 자산이 필요 없고, 그래서 마음껏 싸우는 것 같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지인들도 “더는 깊이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조요한 부실장)고 할 정도로 그로선 이번 ‘싸움’으로 잃은 게 많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서『강남좌파』에서 유 이사장에겐 “세상의 더러움을 혐오하는 멸균 지식인”의 모습과 “정치라고 하는 게임의 법칙에 능수능란한 마키아벨리적 정치인”의 모습이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원한 측근은 “멸균 지식인의 모습일 때 그는 ‘20대의 멘토’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이번에 그걸 상당 부분 잃었다”며 “이미 정치를 떠난다고 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정치적 자산이 필요 없고, 그래서 마음껏 싸우는 것 같다”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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