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漢詩로 여는 아침] 逢雪宿芙蓉山主人 봉설숙부용산주인<눈오는 밤 부용산 주인집에서 자다〉

바람아님 2019. 12. 26. 08:56
디지털타임스 2019.12.25. 18:43

날은 저무는데 산 길은 아득히 멀어

날씨 추운데 허름한 초가집 하나

사립문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눈보라 치는 이 밤에 누가 돌아왔나


중당(中唐)시대 시인 유장경(劉長卿)의 오언절구다. 눈보라 치는 저녁, 나그네는 먼 길 가야하는데 걱정이다. 부용산 근처에서 초라한 집을 발견하고 묵어가길 청한다. 개가 짖는 걸 보니 아마 집주인이 돌아오는 모양이다. 푸른산에서 초가집으로, 다시 사립문으로 이어지는 묘사가 일품이다. 개가 짖어대는 풍경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짧은 시 안에 눈 오는 밤의 정경과 유배길 떠나는 시인의 감정이 진하게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