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시민으로 살겠다" 영국인들 이민 행렬
(조선일보 2020.01.31 정시행 기자)
검색어 1위 '이동의 자유'
올해 지나면 이민 어려워져
브렉시트로 일어날 여러 변화 중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이동의 자유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최근 한 달간 영국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여권'과 '이동의 자유'였다고 한다.
반세기간 없었던 국경 장벽이 생기는 데 대한 걱정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영국을 등지는 영국인도 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올해 안에 다른 EU 국가로 이민을 택하려는 영국인이 급증했다"고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브렉시트 전환기가 끝나는 12월 31일까지만 영국인이 다른 EU 회원국에 자유롭게 정착하거나
EU 시민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직 종사자나 젊은 층 등은 영국에 고립되기보다 유럽 대륙 내 거주와 학업, 취업에 제한이 없는
'EU 시민'으로 살기 원한다고 한다. 은퇴자들은 스페인 등 온화한 남유럽에서 노후를 보내려는 경우가 많다.
BBC와 워싱턴포스트도 "이미 EU 국가에 정착한 영국민은 최대 22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상당수가 현지 국적을
취득하려 뛰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각국에서 본토인에 준하는 'EU 시민'이라는 괜찮은 지위를 누려왔지만
앞으론 '영국이라는 제3국 출신'으로 신분이 바뀌기 때문이다.
영국은 '대영제국의 부활'을 내걸고 브렉시트를 강행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자국 국적의 가치는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국의 해외 접근권을 토대로 여권(旅券) 파워를 산정하는 헨리여권지수에서 영국은 2015년 1위였다가
현재 8위로 주저앉았다. 유럽 각국에 밀려난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에 들어오는 난민을 벌주려 시작된 브렉시트가 결국 해외의 영국인들을 난민 꼴로 만들었다"면서
"앞으로 영국 젊은이들은 부자가 아니면 자유로운 세계 진출을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영국에 정착한 EU 회원국 국민 360만여명도 문제다.
최근 영국 정부가 영주권과 취업 허가를 따로 받게 하는 등 분위기가 적대적으로 변하자 이들은
"하루아침에 2등 시민이 됐다"며 배신감을 호소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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