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4.13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처칠 총리 "국가의 미래는 정치 지도자의 기업관에 달려 있다"
코로나 경제 위기, 잘못된 정책 바로잡을 좋은 기회 될 수 있어
'돈 드는' 재정·통화 정책 앞서 '돈 안 드는' 정책 기조 먼저 바꿔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코로나 팬데믹 충격이 대공황 수준을 넘어설 기세다. 1
00년 전 스페인 독감의 경제적 파장에 비견되는 현 코로나 사태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10%(9조달러)까지 낮추면서 인류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암울한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월 23일 중국 우한 봉쇄령이 내려진 후 지금까지 지구촌 인구 절반인 40억명의 외부 활동이
제한된 기록도 세우고 있다. 75년 국제통화기금(IMF) 역사상 전례 없이 세계 85국이 일시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현 상황은 경제적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나이키 로고처럼 느리게 회복 가능성 커
지난 1분기에는 최악의 금융시장 패닉을 경험했다.
미국 주가지수는 23% 급락해 분기 실적으로는 지난 33년래 최대 폭으로 떨어졌고 공포지수(VIX)로 측정되는
시장 변동성도 큰 폭으로 뛰었다. 기업 자금 조달 비용의 지표인 '테드 스프레드'(그래프 참조)도 급등하면서 신용 경색은
악화일로다. 파격적 재정 확대와 무제한 양적 완화로 투자자 불안은 4월 들어 진정 국면에 진입했으나
바닥을 속단하긴 이르다. 실물경제 통계는 더 충격적이다. 실업 쓰나미가 덮치며 지난달 10년만에 일자리가 줄어든
미국 실업률은 4.4%로 늘었고 2분기 중에는 10%대로 치솟을 전망이다.
올해 성장 전망은 온통 잿빛이지만 다양한 시나리오가 공존한다.
V자(단기 침체 후 급반등), U자(침체 장기화 후 반등), W자(침체와 회복의 반복), L자(침체 장기화로 회복 불능) 등이다.
상반기 침체는 굳어졌고 회복 시기와 폭에는 편차가 크다.
현재로선 V자형 급반등보다 U자형 또는 나이키 로고처럼 느린 회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분기 GDP 성장률은 중국(-8%), 독일·프랑스(-10%) 등 줄줄이 마이너스이고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2차 쇼크'로 2분기 회복도 어려워졌다. 금년도 세계 경제는 역성장 전망이 지배적이고 미국 2분기 GDP는
연율 30%나 감소하리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다만 이달 들어 코로나 확산세 진정 조짐과 함께 미국 S&P 500지수가 3월 최저치 대비 25% 상승하고
지난주에만 12% 급등하면서 조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경기의 하반기 개선 전망 근거로는
첫째 올 2월까지
11년째 지속해온 장기 호황 기간 중 축적된 생산성 향상과 경제 복원력,
둘째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첨단기술기업(Big Tech) 파워,
셋째 기축 통화국으로서 역대 최대 규모의 경기 확장 정책 수단 확보,
넷째 11월 대선 전 수개월의 경기 흐름이 중요한 정치적 변수인 만큼 3분기 회복에 '올인'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팬데믹 파장은 경제적 충격을 넘어 글로벌 역학 관계 변화를 예고한다. 미·중 패권 전쟁은 가열될 공산이 크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 사태의 핵심 책임자로 시진핑 주석과 친중(親中) 세계보건기구(WHO)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을 지목한 것처럼 책임 공방으로 양국 갈등은 증폭될 전망이다.
이미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내부 균열도 심상치 않다.
코로나 피해가 심각한 이탈리아·스페인은 '코로나 본드' 발행을 통한 경제 회복 비용의 EU 회원국 분담을 요구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독일·네덜란드는 강력히 저항하는 모양새다.
세계은행(WB)이 인도에 10억달러의 긴급 재난 지원금을 제공했듯이 코로나 충격의 최대 피해자는 신흥국이다.
아르헨티나 등은 외환 위기로 몰리고 신흥국 평균 성장은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멕시코는 8% 폭락이 예상되고 인도·브라질·러시아는 물론, 중국까지 역성장 우려가 커진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10대 민간 예측 기관의 올해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다.
국내 증시에서 3월 초부터 외국인 순매도가 27거래일 계속되면서 셀 코리아 행렬이 이어졌다.
절체절명 위기… 現정부 정책 오류 고쳐야
정치·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초래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 확산,
자국 우선주의와 탈세계화 가속, 유럽과 아시아 등 역내 협력 관계 약화,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해외투자 유턴) 증가가 예상된다.
더욱 치열해지는 각자도생의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과제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윈스턴 처칠 총리는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Never waste a good crisis)"는 명언을 남겼다.
코로나 경제 위기를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좋은 기회로 삼으라는 말로 들린다.
기업 경쟁력 감퇴와 잠재성장률 추락을 반전시키려면 '돈 드는' 재정·통화 정책 확대에 앞서 '돈 안 드는'
정책 기조부터 바꿔야 한다. 처칠 총리는 국가 미래는 정치 지도자의 기업관에 달렸다고도 했는데
나라 경제의 성장 엔진은 민간 기업이라는 의미다.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없애고 재정 풀어 공무원 늘리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반기업·반성장 정책은 놔두고 돈 풀기만 서두르면 브레이크 밟은 채로 액셀 밟는 격이다.
국가 경제의 엔진 고장은 불 보듯 뻔하다.
절체절명의 대공황 위기를 맞아 탈원전 등 현 정부의 정책적 오류를 고치도록 유권자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2/20200412017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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