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제인 구달 박사는 침팬지가 가늘고 긴 나뭇가지를 개미굴에 넣었다 뺐다 하며 '개미 낚시'를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도구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 인간의 아성이 무참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 후 일본 영장류학자들은 침팬지들이
평평한 돌을 모루로 깔고 다른 돌을 망치처럼 사용하여 견과류를 깨먹는 행동을 관찰했다.
바다에 사는 해달은 물 위에 벌렁 누운 자세에서 평평한 돌을 가슴팍에 올려놓고 거기에다 조개를 부딪쳐 깨먹는다.
늪지대에 사는 고릴라는 물에 들어가기 전에 긴 막대기로 물의 깊이를 잰다.
오랑우탄은 풀피리를 만들어 위험신호를 보낸다.
태국의 사찰에서는 마카크원숭이들이 관광객의 머리카락을 낚아채 치실로 사용한다.
동물계에서 가장 큰 두뇌를 지닌 코끼리는 큰 나무나 돌로 전기울타리를 무너뜨리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다듬어 파리채를 만들기도 한다.
호주 서해안에 서식하는 병코돌고래는 청소용 스폰지처럼 생긴 해면동물을 코끝에 끼고 모래를 뒤집으며 먹이를 찾아먹는다.
새 중에는 까마귀류가 단연 으뜸이다.
그들은 나무 구멍 안에 숨어 있는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알맞은 굵기의 나뭇가지를 고르거나 용도에 맞게 다듬기도 한다.
영국의 인지과학자들은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이 입구가 좁은 물병에 돌을 집어넣어 수위를 높여 물을 마시는 행동을 관찰했다. 이솝 우화를 실제로 '입증'한 셈이다.
지금 유튜브에는 산호초 지역에 서식하는 놀래기과 물고기의 도구 사용 행동을 촬영한 비디오가 올라 있다.
작은 물고기가 모래를 헤치며 잡은 조개를 입에 물고 퍽 먼 거리를 헤엄쳐간 다음, 커다란 바위에 매질하는 모습이 또렷하다.
침팬지들은 한참 신나게 뛰놀다가도 특별하게 생긴 나뭇가지를 발견하면 그걸 주워들고 평소 즐겨 찾던 개미굴로 달려간다.
삐뚤빼뚤 개미굴에 딱 맞는 나뭇가지를 발견한 것이다.
놀래기와 침팬지의 이런 행동은 '미래를 염두에 둔 사고(forward thinking)'로서 상당한 기억력과 판단력을 요구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만이 사고할 줄 아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꿀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