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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39] 꼽등이

바람아님 2014. 2. 5. 10:18


요즘 인터넷에는 뉴질랜드에서 발견된 '괴물 꼽등이' 얘기로 시끌벅적하다. 외신 보도를 그냥 퍼나른 우리 언론은 물론, 처음 보도한 외신에도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그득하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곤충이 발견되었다고 호들갑인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 이번에 발견된 대형 꼽등이는 무게가 무려 80g이어서 이전 꼽등이 최고기록인 71g을 앞지른 건 사실이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곤충은 여전히 골리앗풍뎅이의 애벌레인데 그 무게가 자그마치 115g에 달한다. 화석 곤충까지 포함하면 왕관은 고생대의 석탄기와 이첩기에 살았던 잠자리들에게 돌아간다. 몸무게가 족히 450g은 되었을 것이란다.

꼽등이는 특별히 자주 괴담에 시달린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개체 수가 급증한 꼽등이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고 있다는 근거 없는 괴담이 돌고 있다. 꼽등이 몸에서 종종 상당히 긴 연가시가 기어나오는 바람에 그런 소문이 도는 모양인데, 연가시는 회충과 같은 선형동물의 일종으로서 그리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기생충이다. 몸이 별나게 가늘고 길어 좀 징그럽긴 하지만 특별한 질병을 옮긴다는 연구 보고는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번에 대형 꼽등이를 발견한 사람인 마크 머핏(Mark Moffett)을 미국의 산림 경비원 또는 관광객이라고 소개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그는 나보다 1년 먼저 하버드대 윌슨 교수로부터 박사 학위를 받은 걸출한 개미박사이다. 내 책 '개미제국의 발견'에도 소개되었듯이 그는 매크로렌즈를 뒤집고 그 끝에 플래시 라이트를 다는 등 자기만의 독특한 접사 기술을 개발하며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에 단골로 사진과 글을 실어 사진상과 탐사상을 여럿 받은 세계적인 사진작가이자 자연학자이다.  

나는 1975년 서울대 사진 동아리 '영상'을 만들고 초대회장까지 지내며 일찌감치 사진에 눈을 떴다. 하지만 그는 나를 사진의 새로운 경지로 이끌어주었다. 온갖 희귀 동물을 찾아 세상의 거의 모든 오지에 다녀온 그를 우리는 '곤충학의 인디애나 존스'라고 부른다. 이번에도 뉴질랜드의 리틀배리어 섬에서 탐사 활동을 벌이다가 세계 최대 꼽등이를 발견한 것이다. 그가 내년 3월 초 방한한다. 스승을 맞는 제자의 마음이 설렌다.
(출처-조선일보 2011.12.05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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