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2. 06. 24. 00:36
「 뇌졸중 투병 아내 23년 뒷바라지
‘모범적인 남편’ 부담스러운 영예
남녀는 연정→애정→인간애 겪어
상대 위해주는 희생 단계로 승화
아내 떠나보내면서 눈물 안 흘려
정성을 다했기에 감사한 마음도
」
내 아내가 병중에 있을 때였다. 대학 동창인 정 교수의 얘기다. 요사이 우리 동네 교수 부인들은 김 교수 칭찬이 대단해서 남편들의 위신이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제 저녁 식사 때는 정 교수 부인도 “당신은 내가 중병에 걸린다면 20년 넘게 뒷바라지할 수 있어?”라고 해 “5년은 할 수 있어”라고 농담했다가 구박을 받았다면서 웃었다.
회갑 즈음에 내 아내가 심한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주치의도 수술은 했으나 희망이 없다면서 외국에 나가 있던 아들·딸들에게 시급히 귀국하기를 권고했다. 나도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적같이 목숨은 구할 수 있었으나 언어기능을 상실했다. 세브란스 교수들도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특별한 환자 중의 한 사람으로 소개할 정도였다. 미국에 사는 사위 의사의 도움으로 미국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았고, 2년 후부터는 세브란스병원과 집을 오가면서 20년에 걸친 세월을 지냈다. 그러다가 의사들의 권고와 가족의 양해를 얻어 병원 치료를 단념키로 했다. 내가 중환자실에 들어가 아내의 손을 잡고 마지막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의식이 없는 줄 알았던 아내가 기도를 끝냈을 때 또렷이 “아멘” 했다. 놀랍게도 20여년 만에 들려준 마지막 말이다. 그래서 아내를 다시 집으로 퇴원시키고 3년 동안 가정치료를 계속하다가 우리 곁을 떠났다.
https://news.v.daum.net/v/20220624003635197
23년간 뒷바라지, 뇌졸중 아내가 떠났다..내가 울지 못한 이유 [김형석의 100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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