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그림 속 사과, 그림 밖으로 손을 내밀다

바람아님 2014. 3. 17. 11:30

개봉한 사과 상자 밖으로 달콤한 향기가 방금 마개를 딴 탄산음료처럼 쏴하며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선홍빛을 띤 사과의 피부가 너무나 아름다워 손을 대는데. 아뿔싸. 그림이렷다. 서양화가 윤병락(44)이 관객과 나누는 대화는 이렇게 엇박자로 시작된다. 관객이 속은 것은 단지 그림이 사실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일을 재배한 농부의 땀과 고향의 땡볕이 연상되는 자연스러움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은 전통적인 사각의 테두리를 벗어났다. 상자 밖으로 삐죽 고개를 내민 사과는 그대로 그림의 테두리가 됐다. 사각의 액자 틀 속에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던 회화가 현실 공간 속으로 불쑥 팔을 내민 것이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가 프랭크 스텔라의 ‘변형 캔버스’처럼 윤병락의 그림은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새로운 미의 공간으로 모험을 떠나면 어떨까. 오는 29일 인사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K-아트 스타, 미의 제전’ 출품작.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