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2. 11. 5. 00:00
3주간 기차로 이동하는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자주 역방향으로 달려가는 좌석에 앉게 되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햇빛이 비치는 창가 자리를 배정받을 때였는데 여름 햇빛은 참 고역이었다. 그렇게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감상하려던 계획은 틀어졌고, 이번 여행은 운 없이 늘 햇빛 쪽 창가에만 앉는다고 생각했다. 커튼을 치자 이내 기분도 어두워졌다. 그러다 며칠 후, 기차가 늘 직선으로만 달리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기차는 직선과 곡선 때로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다. 햇빛이 내리꽂던 창가는 어느새 그늘이 되었고, 반대편 창가는 햇빛이 번졌다. 문득 우리 삶도 달리는 기차의 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https://v.daum.net/v/20221105000023976
[백영옥의 말과 글] [276] 앉은 자리가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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