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3. 1. 21. 05:31
아고리, 나의 아고리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
"통과. 가도 좋소."
1953년. 이중섭은 침을 꼴깍 삼켰다. 입국심사 직원에게 가짜 선원증을 돌려받았다. "고맙습니다." 다행이다…. 중섭은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짐가방을 꾸역꾸역 들었다. "아, 그런데 잠깐." 직원이 중섭을 다시 불렀다. 위조가 걸린 건가? 이대로 도망쳐야 할까? 중섭은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선원 양반, 혹시 괴혈병 아니야? 안색이 안 좋으니 병원부터 가보쇼. 아무리 일주일짜리 체류라고 해도…." 중섭은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섭은 땀에 푹 젖은 채 바깥 공기를 맞았다. 짭조름한 소금 냄새가 코를 시큰하게 했다. 일본이었다. 사랑하는 아내, 목숨보다 귀한 두 아들이 있는 히로시마였다.
"아고(あご)리!" "아빠!"
중섭이 여관방 문을 두드렸다. 아내 마사코와 아들 태현, 태성이 달려왔다. 중섭의 세상에 이제야 색채가 깃들었다. 꿈에서나 보던 이들 앞에서 눈물, 콧물을 다 쏟았다. "그래, 건강은 어떻소?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소?" 중섭은 훌쩍대며 마사코의 두 볼을 감쌌다. "아고리, 당신은요.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요." 마사코도 울먹였다.
https://v.daum.net/v/20230121053117398
“내 천사여” 편지 사방팔방엔 ‘뽀뽀’…어느 무연고자의 죽음[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이중섭 편]
'文學,藝術 > 아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정한 친구[이은화의 미술시간]〈251〉 (2) | 2023.01.26 |
---|---|
[C컷] 얼음에서 자라는 나무는 어디일까? (3) | 2023.01.23 |
[박일호의미술여행] 다시 한 해를 보내며 (2) | 2023.01.21 |
고개 숙인 남자[이은화의 미술시 간]〈250〉 (1) | 2023.01.19 |
정찰제 도입에 광고까지… 초상화 대중화 이끈 채용신[윤범모의 현미경으로 본 명화] (2) | 2023.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