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3. 9. 20. 09:00)(허은아)
마광수 징역형 이후 진전 없어
올바름 추구, 표현의 자유 위협
국가 개입 최소화 원칙도 흔들
태초에 마광수가 있었다. 무려 30년 전인 1992년,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자신의 소설 〈즐거운 사라〉가 음란물에 해당한다며 강의 도중 경찰에 체포됐다. '야한' 소설을 창작했다는 이유로 대학교수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일대 사건이었다. 정치영역이 아닌 문화영역에서 표현의 자유가 큰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최초의 사례였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까지 왔을까. 안타깝게도 이 문제에서만큼 우리 사회는, 특히 우리 정치는 몇 발짝 내딛지 못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SNI 방식의 ’https 차단‘은 여전히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성인 사이트를 전면 차단하는 나라는 현재까지도 중국이 유일하다.
가히 음악, 드라마, 공연을 넘나들며 문화의 대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로 PC주의적 문제제기를 하는 쪽이 진보성향의 정치인, 시민단체, 언론이라는 점이다. 과거 문화적 자유주의에 앞장서고 국가 검열에 반대해 왔던 것이 진보 진영이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느새 노동 의제를 중심으로 계급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게 된 진보 진영이 중산층 고학력자들이 선호하는 PC 의제에 천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반대로 이에 대한 보수 진영의 입장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갈등의 맥락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엄밀히 말해 문화전쟁은 주로 진보 진영과 대중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보수 진영에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https://v.daum.net/v/20230920090033921
진보 'PC주의' 역설…신동엽·싸이·화사도 당했다[허은아가 소리내다]
'人文,社會科學 > 敎養·提言.思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영옥의 말과 글] [322] 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2) | 2023.09.24 |
---|---|
[목요단상] 재수생 양산하는 대입제도, 희망이 있을까 (1) | 2023.09.21 |
[백영옥의 말과 글] [321] 공원과 벤치 (2) | 2023.09.16 |
[백영옥의 말과 글] [320] 애정 없는 좋은 말 (2) | 2023.09.09 |
하루에 몇 번이나 '뒤센 미소'를 짓나요? [고두현의 문화살롱] (2) | 2023.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