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간판·현수막… 집중력을 도둑질하는 도시

바람아님 2024. 1. 16. 06:35

조선일보 2024. 1. 16. 03:03

스마트폰 중독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인데
도시 곳곳 LED 광고, 비방 정치 현수막까지 너무 많아
인터넷 댓글 도배 느낌… 분노와 선동 대신 美를 보고파

우리는 한때 ‘간판 정비 사업’을 열심히 했다. 우리 도시가 아름답지 않은 이유가 간판의 무분별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종로 뒷골목의 어지러운 간판들을 들었다. 그런데 정작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 간판을 이국적이라고 좋아한다.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의 현란한 네온사인 간판을 보면 멋진 야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나의 미국인 친구들은 라스베이거스의 간판이 천박하다고 싫어한다. 이런 차이가 생겨나는 것은 모국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모국어로 되어 있는 간판은 읽을 수 있어서 정보가 된다. 반면에 읽어도 뜻을 잘 모르는 외국어 간판은 장식이다.

정보가 지나치게 공급되면 우리는 피로를 느낀다. 우리 뇌는 자동적으로 정보를 프로세스하기 때문이다. 요한 하리가 쓴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 따르면, 우리는 스마트폰 때문에 쓸데없는 정보를 너무 많이 보게 된다고 한다. 많은 정보가 들어올수록 우리의 집중력은 떨어진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저자는 또 인간의 뇌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 태스킹’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런 면에서 대도시에 사는 우리 국민은 여러 가지로 시달리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 고개를 들어도 수많은 정보를 쏟아내는 간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하나 더 늘어서 동영상 광고를 쏟아내는 LED 광고판이 너무 많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나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 바로 사거리마다 걸린 상대 정당 비방 플래카드다. 이게 더 나쁘다. 왜냐하면 동영상 광고들은 아름다운 영상미라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비방하고 조롱하는 정치 플래카드는 기분을 나쁘게 한다. 정작 걸어놓은 사람들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원치 않는 부정적 감정을 느끼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이제 4월 총선이 다가온다. 이러한 선동 플래카드들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제발 이 도시에 분노의 정보 대신 아름다운 건축물이 넘쳐나길 바란다.


https://v.daum.net/v/20240116030318879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간판·현수막… 집중력을 도둑질하는 도시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간판·현수막… 집중력을 도둑질하는 도시

우리는 한때 ‘간판 정비 사업’을 열심히 했다. 우리 도시가 아름답지 않은 이유가 간판의 무분별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종로 뒷골목의 어지러운 간판들을 들었다. 그런데 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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