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4. 2. 28. 04:30
인제 백담사와 만해마을
강원도 산골의 겨울은 몇 차례 폭설에 갇혔다 풀려나야 비로소 봄을 맞는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에서 왔다는 부부는 인제군 북면 설악산국립공원 백담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아쉬움에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지난해 이맘때 백담사 설경을 잊지 못해 아침 일찍 서둘러 2시간이나 달려왔지만 야속하게도 설악산 탐방로 전체가 통제된 상황이었다....결국 탐방로가 열린 25일에야 간신히 백담사까지 갈 수 있었다.
사실 백담사 탐방로는 설악산국립공원의 여러 등산로 중에서 아주 쉬운 축이다. 계곡 따라 오르는 완만한 길로 왕복 약 13km, 네 시간이면 넉넉하게 다녀올 수 있다. 평시에는 마을에서 사찰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해 산행에 자신 없는 사람도 깊은 산중의 절까지 쉽게 오갈 수 있다. 버스는 탐방객 수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하며 성인 왕복 5,000원이다.
지난 25일 대설경보가 해제되고 탐방로는 다시 열렸지만 버스는 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마을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탐방로로 들어선다. 터널을 이룬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눈덩이가 소담스럽게 쌓였다. 계곡에는 맑은 물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크고 작은 돌과 바위에도 하얀 눈이 소복하다....원교를 지나 조금만 걸으면 ‘내설악백담사’라 적힌 일주문이 나타나고 바로 경내로 들어선다.
백담사(百潭寺)는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계곡에 웅덩이가 100개나 된다는 의미에서 붙인 명칭이라 전해진다....화려한 이력은 절의 수난사나 마찬가지다. 신라 진덕여왕 원년(647) ‘한계사’로 창건한 이래 일곱 차례나 화재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고,....영조 때 불에 탄 후 심원사라 했다가 정조 7년(1783) 다시 백담사로 개칭했다. ‘100개의 연못’이라는 명칭에 화마를 피해보자는 뜻이 담겼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https://v.daum.net/v/20240228043028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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