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2.09.24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엔니오 모리코네의 주제음악이 환상적이었던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국내 출시명 '석양의 무법자')'은 세 총잡이의 맞대결로 끝이 난다.
무려 3분간이나 이어진 피 말리는 신경전 끝에 '좋은 놈'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쁜 놈'에게 총을 쏜다.
'추한 놈'도 '나쁜 놈'에게 총을 겨누지만 전날 밤 이스트우드가 그의 총에서 미리 총알을 제거해둔
바람에 불발로 그친다.
흔히 '멕시컨 대결(Mexican standoff)'이라고 불리는 삼자(truel) 게임은 양자(duel) 게임에 비해 훨씬
흔히 '멕시컨 대결(Mexican standoff)'이라고 불리는 삼자(truel) 게임은 양자(duel) 게임에 비해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띤다. 양자 게임의 경우에는 대체로 먼저 공격 기회를 잡는 게 유리하지만,
셋이서 대결하는 상황에서 선제공격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만일 갑이 먼저 을을 쏜다면 병이 곧바로
갑을 쏘아 손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댜오위다오 혹은 센카쿠 열도를 놓고 중국과 일본의 무력시위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일본은 또한 우리나라와 독도를 두고 분쟁을 일으키려 한다. 중국 역시 우리 이어도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해양영유권을 둘러싼 세 나라의 갈등은 각각 다른 섬을 두고 벌어지고 있지만 자칫 까다로운 삼자 게임으로 번질지 모른다.
삼자 게임에서는 공격력의 확실한 우위가 없는 한 일부러 상대를 맞히지 않는 게 일단 최선의 전략이다.
그러면 다음 공격자는 여전히 실탄을 장전하고 있는 나머지 상대를 쏘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센카쿠 열도를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홀연 국유화를 선언한 일본은 쓸데없이 선제공격을
하는 우를 범했다. 국내 정치용 전략이 국제정치를 망친 전형적인 예이다. 독도에 대한 우리의 전략도 이런 관점에서 신중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는 이 게임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놈' 클린트 이스트우드였으면 좋겠다.
나는 이 게임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놈' 클린트 이스트우드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추한 놈'을 일찌감치 무장해제시키고 게임을 단순하게 만드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두 나라 중 누가 '나쁜 놈'이고 '추한 놈'인지는 차차 드러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대선도 지난 세 번의 대선과 마찬가지로 삼자 게임이 되고 말았다.
늘 양자 게임을 벌이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은근히 삼자 대결을 즐기는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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