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2.09.17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한 입 베어먹은 사과 모양의 애플 컴퓨터 로고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아마 흔히 컴퓨터 과학과 인공 지능 연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사망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일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해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일에 탁월한 공을 세운 튜링은 전후 영국국립물리연구소를 거쳐 맨체스터대학의 연구원으로 일하던 1952년 1월 어느 날 극장 앞에서 우연히 만난 19세 소년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 영국 정부로부터 화학적 거세를 당한다.
당시 영국에서는 동성애 행위를 법으로 엄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감옥에 가는 대신 1년 동안 정기적으로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는 형벌을 택했다. 그 결과 그는 유방이 부풀어오르고 극심한 발기부전을 경험했다. 튜링은 그로부터 2년 뒤 마흔두 번째 생일을 맞기 보름 전쯤 청산가리 중독으로 사망했는데,그의 주검 옆에 반쯤 먹은 사과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2009년 9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정부를 대신하여 튜링과 그의 가족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2009년 9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정부를 대신하여 튜링과 그의 가족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생물에게 거세란 대단히 참혹한 형벌이다.
하지만 개미에게는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이다.
오로지 여왕만 알을 낳고 일개미들은 평생 여왕이 낳은 알을 기르며 일만 하는 이른바 진사회성(eusocial) 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여왕개미가 분비하는 강력한 여왕물질(queen substance)의 화학적 거세 효과 덕택이다.
일개미들도 유전적으로는 여왕개미와 마찬가지로 엄연한 암컷으로 태어나지만 그들의 생식기관은 여왕물질의 억제 작용
때문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여왕이 사망하여 더 이상 여왕물질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거나 군락이 지나치게 커져
여왕물질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변방에서는 일개미들이 슬금슬금 알을 낳기 시작한다.
여왕물질의 효력이 떨어지면 억제되어 있던 생식기관의 기능이 회복되며 점차 여성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인권 논란이 뜨겁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인권 논란이 뜨겁다.
그 옛날 개미의 초기 진화 시절에도 여왕개미의 왕권 강화와 일개미들의 '의권(蟻개미 의 權)' 사수의 투쟁이 만만치 않았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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