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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68] 최영 장군과 김영란法

바람아님 2014. 6. 3. 10:24

(출처-조선일보 2014.06.03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언젠가 여윳돈이 생기면 틀니로 옥니를 해 박겠다는 농담을 한다. 
"앉았던 자리에 풀도 안 난다"는 최씨에 곱슬머리인 내가 옥니박이만 되면 명실공히 옹고집 삼박자를 
갖추게 된다. 게다가 나는 최영 장군과 더불어 동주(東州·지금의 철원) 최씨 원외공파(員外公派)에 
속하며 그의 20대손이다. 우리나라 5000년 역사에서 청빈과 충절의 표상으로 으뜸인 그는 부친 
최원직의 유훈 "너는 마땅히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를 평생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다.

얼마 전 TV 드라마 '정도전'에서 최영 장군이 이성계 일파에게 참형을 당하는 장면에 많은 시청자가 
감동했다. 비통해하는 백성들 앞에서 그는 "내 평생에 단 한 순간이라도 사사로운 욕심을 품었다면 내 
무덤에 풀이 자랄 것이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도 없었다면 풀이 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외치며 의연하게 죽음을 맞았다. 
2013년 1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우리나라 성씨 본관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모두 333개의 성씨 본관이 있는데, 그중에서 동주 최씨는 총 1만1699명으로 전체에서 279위이며 최씨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본관으로 드러났다. 
무덤에 풀만 안 난 게 아니라 자손도 그리 번성하지 못한 것이다.

2011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일명 '김영란법' 또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 세월호 
바람을 타고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 그해 12월 8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연수센터 건물 벽면에 최영 장군의 흉상이 부조 형태로 건립됐다. 우리나라 행정을 배우러 온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에게 청렴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도 최영 장군 동상을 세우고 이 땅의 모든 공직자에게 청렴의 철학을 가르쳤으면 한다.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는 대가성과 직무 관련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한다."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지하에 계신 장군께서 우리를 어여삐 여기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