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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02] 배움과 나눔

바람아님 2014. 8. 3. 11:31

(출처-조선일보 2013.02.26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오늘은 내가 오랜 세월 꿔오던 꿈을 현실에 펼치는 날이다. 
나는 오늘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이자 환경 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와 함께 '생명다양성재단(Biodiversity
Foundation)'을 설립한다. 입으로는 생명의 소중함을 떠들지만 실제로는 생명을 대하는 참기 어려운 
가벼움이 도처에 널려 있다. 
'나'의 생명만 존귀하고 '남'의 생명은 하찮게 여기는 풍조가 확산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10여년 전부터 오랜 자연 연구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함께 사는 인간의 모습을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의 정신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해왔다. 
이제 생명다양성재단의 설립으로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려 한다.

재단의 이름을 두고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영어로 'biodiversity'는 흔히 우리말로 '생물 다양성'이라 번역한다. 
영어권 사람들은 'biodiversity'를 대체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전반(Life on Earth)'을 의미하는 대단히 포괄적인 용어로 
이해하는 반면 우리말로 '생물 다양성'이라 하면 그저 쑥부쟁이 보전이나 반달곰 복원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고심 끝에 '생물 다양성' 대신 '생명 다양성'을 재단의 이름으로 선택했다. 
따지고 보면 '물건 물(物)'과 '목숨 명(命)'의 치환, 그야말로 글자 하나 차이인데 감흥은 사뭇 다르다. 
생명다양성재단은 물론 지구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그에 덧붙여 그동안 내가 글과 강연을 통해 부르짖어온 남녀, 세대, 문화, 빈부 갈등 등 다양한 인간 사회의 
문제들도 두루 보듬으려 한다.

나는 '알면 사랑한다'는 말을 좌우명처럼 떠들며 산다. 
우리는 서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미워하며 헐뜯고 산다. 
자신은 물론 다른 생명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게 되면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심성이다. 
이 세상에 사랑처럼 전염성이 강한 질병은 없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행동하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웃과 자연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하며 그렇게 얻은 앎을 많은 이웃과 나누다 보면 
이 세상은 점점 더 아름답고 밝은 곳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