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2.16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지난 20년간 나는 전국 방방곡곡 고등학교를 순방했다.
1990년대 중반 강연하러 간 어느 고등학교에 문과반이 이과반보다 많은 걸 발견하고
일종의 사명감을 느껴 고등학교 특강 순례를 시작했다.
아무리 서비스업의 부가가치가 높다 하더라도
안정적인 국가 경제는 모름지기 제조업이나 농어업 같은 생산 산업에 기반을 둬야 한다.
과학과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보다 그들을 관리하려는 사람 수가 많은 경제는
결코 안정적일 수 없다.
최근 문과 지망생이 급격하게 줄어 많은 학교가 곤혹스러워한단다.
최근 문과 지망생이 급격하게 줄어 많은 학교가 곤혹스러워한단다.
갑작스러운 '이과 쏠림 현상' 때문에 학급 균형은 물론 학교의 장래까지 걱정한다는데,
바로 이렇게 만들기 위해 내 나름대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온 나로서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5060세대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어느 학교나 대개 문과 4반, 이과 8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지금 5060세대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어느 학교나 대개 문과 4반, 이과 8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때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투자한 덕택에 우리가 지금 이만큼 살 수 있게 된 것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과반이 문과반보다 많은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 지극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게다가 교육부가 2018년부터 문·이과 통합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문·이과 학급 균형은
게다가 교육부가 2018년부터 문·이과 통합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문·이과 학급 균형은
그저 일시적인 문제일 뿐이다. 학급 균형이 아니라 교사 수급 균형을 우려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문·이과 통합은 본질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과로 통합'하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이제 겨우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려는데 이과 공부가 어려우니 이과 과목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한다면 차라리 통합하지 않는 게 낫다.
개인적으로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갓 부임한 교장 선생님이 서울대 합격생 수를 늘리겠다며
문과반 하나를 이과반으로 바꾸는 '구조 조정'의 희생물로 뜻하지 않게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그 결과로 훗날 '통섭'을 주창하기에 이르렀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학문의 기본은 당연히 인문학이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학문의 기본은 당연히 인문학이지만,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 이제 모두 과학과 기술에 관한 소양을 갖추자는 게 문·이과 통합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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