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作品속 LIFE 453

꽃미남 3000명 거느린 女쇼군…'남녀역전' 오오쿠, 日 홀렸다 [도쿄B화]

중앙일보 2023. 7. 2. 05:01 ■ 이영희의 [도쿄B화]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너무 다른 일본. [도쿄B화]는 사건사고ㆍ문화콘텐트 등 색다른 렌즈로 일본의 뒷모습을 비추어보는 중앙일보 도쿄특파원의 연재물입니다. "때는 1630년 에도(江戸) 막부 3대 쇼군(將軍) 도쿠가와 이에미쓰(徳川家光) 시대, 일본 땅에 신종 전염병인 '적면포창(赤面疱瘡)'이 퍼져나간다. 젊은 남자들만 감염되며, 한번 걸리면 며칠 안에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 치료법을 찾지 못해 남성 인구는 여성의 4분의 1까지 줄어들고 사회 구조는 변화한다. 살아남은 남자들은 '씨를 잇는' 소중한 존재로 다뤄져 노동에서 배제되고 여성들이 노동 현장에 뛰어들어 대부분의 가업은 여성에서 여성으로 계승된다. 결국 쇼군가(家)에도 병마가 들이..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20] 정치가 키우는 공포 괴담

조선일보 2023. 6. 28. 03:03 “애초에 수국 저택의 유령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우습게 여긴다거나, 유령을 보았다는 소문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본 사람도 있으리라. 다만 그것은 눈의 착각이다. 저택에 사람이 없어지고 나서 들리기 시작했다는 괴상한 목소리의 정체도 바람소리나 새나 짐승의 울음소리가 아닐까 짐작했다. 수국 저택에서 일어났던 괴상한 일은 전부 설명할 수 있다. 다만 그 설명으로 진정되지 않는 마음이 있는 한, 아무리 가르치고 꾸짖고 비웃어도 소용이 없다.” -미야베 미유키 ‘안주’ 중에서 며칠 전 이웃 집 현관 앞에 천일염 10kg이 배달돼 있었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작은 포장만 눈에 익은 터라 처음엔 쌀 포대인 줄 알았다. 소금을 사재기한다는 소문이 거짓은 아닌 모양이다. ..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9] ‘말 궁둥이에 붙은 파리’를 꿈꾸는 사람들

조선일보 2023. 6. 21. 03:05 영채신이 말했다. “당신은 세상에 나쁜 평판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나는 남의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오. 일단 발을 한번 잘못 디디면 그야말로 몸을 망치고 창피를 사게 될 뿐이오.” 처녀가 말했다. “한밤중이라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걸요.” 영채신은 다시 꾸짖었다. 처녀가 그래도 머뭇거리자 영채신은 호통을 쳤다. “냉큼 돌아가지 못할까! 그러지 않으면 남쪽 방의 서생을 불러서 알릴 테다!” 처녀는 겁을 내면서 그제야 물러났다. -포송령 ‘천녀유혼’ 중에서 주한 중국 대사는 야당 대표를 만찬에 초청하고, ‘한국의 대단한 정치인’이라고 띄워주며 많이 가르쳐달라고 했다. 대표가 한중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양국의 신뢰와 존중을 이야기하는 동안 ..

[김규나의 시네마 에세이 <82> 닥터 지바고] 지바고의 눈물과 6월의 태양

이코노미조선 2023. 6. 19. 18:03 토냐와 결혼 후 행복하게 살고 있던 유리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군의관으로 참전한다. 그곳에서 종군간호사가 된 라라를 운명처럼 만난다. 두 사람은 모스크바에 있을 때부터 인연의 실타래로 연결돼 있었다. 사선을 함께 넘나드는 시간은 그들을 더 강한 줄로 엮어놓는다. 유리는 아내를 사랑했고, 라라는 남편을 찾아 전쟁터를 전전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전쟁이 마무리되고 러시아 혁명이 시작되자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역사의 거친 소용돌이는 저만치 멀어지게 했던 두 사람을 또다시 만나게 할 터였다. https://v.daum.net/v/20230619180340827 [김규나의 시네마 에세이 닥터 지바고] 지바고의 눈물과 6월의 태..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8] ‘기브 앤드 테이크’도 모르는 KBS

조선일보 2023. 6. 14. 03:04 “나는 관객들이 재미있어하는 게 정말 즐거워. 나는 그들을 약간 간질여주고 돈을 받는 거지. ‘빌어먹을 칼잡이 녀석은 정말 겁이 없어. 그런데 나는 언제나 겁이 난단 말이지. 젠장’ 하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르지. 왜냐하면 사람들은 언제나 겁을 내고 있으니까. 사람들은 공포심을 무거운 그림자처럼 자신들 뒤에다가 매달고 다닌다네. 그런데 나는 그들이 공포심을 잊고 잠시라도 즐거워하는 게 좋아. 그것이 내가 미소를 지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단 말인가?” -하인리히 뵐 ‘칼로 먹고사는 사나이(der mann mit den messern)’ 중에서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유프는 서커스단에서 칼 묘기로 먹고산다....눈 깜짝할 사이, 칼 13자루가 날아가 남자의 몸 주위..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7] 시민 단체라는 이름의 국민 혈세 절도단

조선일보 2023. 6. 7. 03:01 “세계 의회의 계획 없이는 태양도 떠오를 수 없다. 전 세계 양초 관리 의회들의 허가를 받아, 전 세계에서 필요한 양초 수량을 결정하고, 횃불을 대체할 양초 생산 계획을 최적화하는 데 무려 50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이는 수십 국가에서 일하고 있는 수백만 명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계획을 수정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우리는 이렇게 빨리 또다시 계획을 변경할 수는 없다. 이것은 매우 사악한 일이다. 이것은 파괴되어야 한다.” - 아인랜드 ‘우리는 너무 평등하다’ 중에서 국고지원금은 ‘눈먼 돈’이라고 불렀다. 방법만 알면 쉽게 타낼 수 있다고 했다. 사업 성과 보고서도 대충 제출하면 토해낼 일은 없다고 들었다. 지난 정권 아래, 지자체를 제외하고도 민간 단체에 ..

흑인 공주가 원작 파괴? 서아시아 인어공주도 있었다 [문소영의 영감의 원천]

중앙SUNDAY 2023. 6. 3. 00:26 [영감의 원천]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 ‘흑인 인어공주 논란’으로 개봉 전부터 떠들썩했던 디즈니 실사판 ‘인어공주’에 대한 국내 반응이 싸늘하다. 개봉 첫 주였던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1위를 차지한 반면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4위에 그쳤고 네이버 관람객 평점도 10점 만점에 6.5점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주인공 인어공주가 원작 애니메이션과 달리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서 생긴 논쟁을 차치하고도, 일단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서 국내외 평론가들 모두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영국의 진보 일간지 ‘가디언’은 영화가 “밋밋하며 원작 애니의 만화적 마술은 없고 러닝타임은 너무 길다”고 평했다. “원작 애니의 만화적 마술이 없다” 평론가들은 인어공주 에리얼 ..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6] 영화, 세상을 넘어뜨리거나 일으켜 세우거나

조선일보 2023. 5. 31. 03:05 최고위층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죠. 하지만 이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얀시의 하루를 되풀이합니다. 그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고, 그가 믿는 것을 따라 믿으면서. 우리는 11년 동안 쉴 새 없이 대중을 조작해왔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 안에 어떤 종류의 다양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 세대 전체가 모든 문제에 있어 얀시의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길러졌습니다. 영화, 드라마, 공연, 광고 등, 얀시의 물결은 꾸준히 공급되고 있습니다. - 필립 K. 딕 ‘얀시의 허울’ 중에서 전 정권이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원전을 했다 아니다 말이 많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450만 관객을 중심으로 과장된 원전 공포에 노출된 사람들이 그 정책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