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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5] 정치인의 내면에도 부처가 있다고 하는데

조선일보 2023. 5. 24. 03:24 죄인도 언젠가는 열반에 이를 것이고 붓다가 될 것이네. 그런데 이 ‘언젠가는’이란 것은 한낱 미망이요, 비유에 불과한 것일세. 죄인은 부처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네. 죄인은 발전 과정 속에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일세. 죄인의 내면에는 오늘 이미 미래의 부처가 있네. 죄인의 미래는 이미 죄인 안에 깃들어 있는 것이지. 그러니 자네는 죄인 속에서, 자네 속에서, 모든 사람들 속에서 형성되어 가고 있는 부처를, 숨어 있는 부처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네.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중에서 인터넷 뉴스 창엔 하루도 빠짐없이 세상의 소란과 혼란이 보도된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정치계의 부정부패가 매일 쏟아진다. 수많은 실정을 벌인 전 정권의 퇴임 공..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4] 관객 수 적어도 성공하는 영화들

조선일보 2023. 5. 17. 03:04 2주도 못 되어 그는 사랑에 빠졌다. 극장에서 순진한 애인 역을 맡고 있는 벨트너양이었다. 그는 먼저 그녀의 얼굴에 반했고 그다음에는 그녀의 손에 반했으며 그다음에는 고대 연극에 나오는 어떤 배역을 할 때 맨살이 드러나곤 하는 그녀의 팔에 반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녀를 완전히 사랑하게 되었다. 그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그녀의 영혼까지도. 그의 사랑에는 엄청난 돈이 들었다. 이틀에 한 번씩은 극장의 일층 상등석 표를 사야 했다. - 토마스 만 ‘타락’ 중에서 2017년엔 영화 ‘노무현입니다’, 2019년엔 ‘시민 노무현’이 나왔다. 작년엔 ‘그대가 조국’, 이번 달엔 ‘문재인입니다’가 개봉되었다. 법원과 인권위원회에서 사실로 인정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 ..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3] 삶의 이유를 발견한 여행

조선일보 2023. 5. 10. 03:03 사람들은 굳이 집단 자살을 감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 고향 핀란드에서 엄청나 보였던 문제들이 유럽의 다른 곳에서는 아주 사소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운명을 짊어진 동료들과의 긴 여행은 다시 삶의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며, 유대감은 자의식을 굳건하게 다져주었다. 그리고 좁은 생활 영역으로부터 벗어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자살자들은 새롭게 삶의 재미를 발견했다. 초여름에 생각했던 것보다 미래가 훨씬 더 밝게 보였다. - 아르토 파실린나 ‘기발한 자살 여행’ 중에서 자살은 어느 시대, 어떤 세상에서든 벌어진다. 지난달에도 서울 강남에서 10대 여학생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며칠 전에는 한남..

비극적인 삶과 미스터리 죽음…OTT에 부활한 반 고흐

중앙SUNDAY 2023. 5. 6. 00:21 [영감의 원천] 반 고흐 다룬 영화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처럼 많이 영화화 된 화가는 없을 것이다. 영화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보면,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도 반 고흐에 대한 극영화만 열 편이 넘는다. 마침 다음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릴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전에 반 고흐의 ‘풀숲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1890)도 포함된다고 하니 연휴 기간에 반 고흐 영화들을 통해 그에 대해 더 알아보는 게 어떨까. 지금 OTT에서 볼 수 있는 세 편을 골라보았다. 최근작인 2018년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넷플릭스·티빙·웨이브·왓챠), 2017년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 (티빙·웨이브·왓챠), 그리고 1956년 영화 ‘열정의 랩소디’ (티빙·웨..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2] 한 달 밥값 안 돼도 뇌물

조선일보 2023. 5. 3. 03:02 이제야 알겠군. 나는 허버트의 오랜 친구이고, 그의 업적을 몹시 존경하는 사람이오. 그런데 당신이 직접, 간접적으로 나를 공격했소. 그래서 당신을 천거하지 않는 것은 보복 행위라고 오해될 소지가 있었소. 나는 두 사람의 장점을 면밀히 대조했고, 그 결과는 당신이 알고 있는 바와 같소. 나는 아마도 내가 복수심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허영심에 무릎을 꿇었던 것 같소. 당신이 보는 바와 같이 당신의 전략은 적중했소.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뇌물’ 중에서 2021년 민주당 내 선거에서 의원 수십 명에게 돈 봉투가 뿌려졌다는 의혹이 터졌다. 야당 최고위원은 ‘당과 캠프는 구분해야 한다’며 책임에서 발을 뺐다. ‘이런 관행은 없어져야 하지만, ..

“조각품이 증거인데”…넷플 ‘흑인 클레오파트라’에 이집트 정부 공식입장

서울신문 2023. 4. 29. 18:26 클레오파트라 7세 여왕을 흑인으로 묘사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와 관련해 이집트 정부는 해당 작품이 역사를 왜곡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클레오파트라의 피부색이 밝고 그리스계라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클레오파트라를 소재로 한 조각품과 동상이 최고의 증거”라면서 “여기에 나오는 묘사는 클레오파트라의 유럽계 특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지 이집트 고대 역사의 중요한 부분인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역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s://v.daum.net/v/20230429182601689 “조각품이 증거인데”…넷플 ‘흑인 클레오파트라’..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1] 왕이 된 원숭이

조선일보 2023. 4. 26. 03:04 춤을 춰서 좌중을 즐겁게 한 이유로 원숭이가 동물의 왕으로 선출되었다. 여우는 그런 원숭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날 고기가 놓인 덫을 발견한 여우는 원숭이를 찾아가서 귀한 음식을 발견했는데 왕에게 진상하려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고 말했다. 원숭이는 지체하지 않고 달려갔다가 덫에 걸리고 말았다. 원숭이는 여우가 자기를 함정에 빠뜨렸다며 화를 냈다. 여우가 말했다. “야, 원숭아. 넌 네 자신을 동물의 왕이라고 부르지만, 넌 그렇게 속아 넘어갈 정도의 지각밖에 없는 놈이야.” - 이솝 우화 ‘왕이 된 원숭이’ 중에서 전 정권 수장의 퇴임 후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홍보 영상이 공개되었다. 허연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른 주인공은 “5년간 이룬 성취가 ..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0] 복수 드라마 전성시대

조선일보 2023. 4. 19. 03:01 도둑이나 살인자를 결코 무서워해서는 안 돼. 그건 외부의 위험일 뿐이며 조그마한 위험이야. 우리가 두려워할 건 우리 자신이야. 편견이야말로 도둑이야. 악덕이야말로 살인자야. 큰 위험은 우리 내부에 있지. 우리의 머리나 지갑을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실로 우리의 영혼을 위협하는 것이야. 위험이 다가온다고 생각될 때는 다만 기도하면 돼.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형제가 우리 때문에 죄를 범하지 않도록 기도를 드리기만 하면 돼.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중에서 분노와 복수를 미화하는 영화, 드라마가 인기다. 주연과 조연 구분 없이 욕설을 대사마다 후렴처럼 붙이며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싸운다. 죄책감 없이 마약을 하고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