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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년 나무 앞 송혜교 바둑 둔 그곳…인증사진 '핫플'된 청주

중앙일보 2023. 3. 12. 07:00 ‘일타 스캔들’ 반찬가게 운리단길에 있다 지난 9일 충북 청주시 운천동 운리단길. 600m 남짓한 골목길에 카페와 공방,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동네 놀이터 앞엔 ‘국가대표 반찬가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 나오는 반찬가게다. 촬영팀에서 카페 건물을 빌린 뒤 드라마 세트로 꾸몄다고 한다.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정면으로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이 주여정(이도현)에게 바둑을 배우는 곳 역시 청주에 있는 중앙공원이다. 상당구 남문로 2가에 조성한 이 공원엔 수령 900년 된 은행나무(압각수·충북기념물 5호)가 있다. 주인공 동은과 여정이 공원 한중간에서 바둑을 두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04] 가짜 주인공, 진짜 주인공

조선일보 2023. 3. 8. 00:00 당신은 나의 마술 극장에 와 있습니다. 당신이 탱고를 배우고 싶든, 장군이 되고 싶든, 알렉산더 대왕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든, 모두 당신 마음대로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하리씨, 당신은 나를 적잖이 실망시켰습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까맣게 잊었어요. 당신은 내 작은 극장의 유머를 깨뜨리고 추한 짓을 했습니다. 당신은 잘못을 저질렀어요.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장기 말을 다루는 법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 헤르만 헤세 ‘황야의 이리’ 중에서 마약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세상 근심 하나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향기로운 꽃밭에 나른히 누워 햇빛의 애무를 받는 느낌일까? 일반인에게 마약이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영화나 소설에 ..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03] 아이가 없는 세상

조선일보 2023. 3. 1. 00:33 수정 2023. 3. 1. 00:53 먼저 어린이 놀이터가 철거되었다. 그네는 단단히 줄로 묶여 고정되었고, 미끄럼틀과 정글짐은 새로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 그러다 종내는 없어졌다. 학교도 문을 닫은 지 오래되었는데, 판자로 막아버리거나 성인 교육 센터로 쓰고 있다. 오디오 테이프와 레코드로만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영화나 TV 프로그램에서만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못 견디게 괴로워 못 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약을 하듯 아이들의 영상을 보면서 살아간다. - P. D. 제임스 ‘사람의 아이들’ 중에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한 학급 학생 수가 70~80명일 때가 있었다. 한 학년은 15학급 내외, 전교..

멕시코 거장 칼로, 갈매기눈썹과 민속의상을 고집한 까닭

중앙SUNDAY 2023. 2. 25. 00:26 [영감의 원천] 프리다 칼로와 패션 “왜 아름다운 얼굴에서 갈매기눈썹과 콧수염 정리는 안 했을까?” “왜 외도를 일삼는 21살 연상에 미남도 아닌 남편과 끝내 헤어지지 않았을까?” 멕시코 예술의 거장 프리다 칼로(1907~1954)의 그림을 볼 때마다 속된 줄 알면서도 이 두 가지 질문이 떠오르곤 했다. 원래는 예술작품을 작가의 사생활과 지나치게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작품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게 아니면 작가의 사생활에 그리 관심도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칼로의 경우는 대표작 거의 대부분이 자화상이고, 얼굴에선 붉게 칠한 입술과 기묘하게 대조를 이루는 거뭇한 인중과 굵은 갈매기눈썹이 두드러지니, 아마도 일부러 의도한 그 모습에 궁금증이..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01] 바른 정치를 요구해야 하는 이유

조선일보 2023. 2. 15. 00:31 땅이 요동쳐 지표면 위의 모든 것을 내동댕이쳤다. 수많은 지붕과 기둥이 뒤집어지면서 동시에 온 도시에 부서지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금속에 떨어진 것인지, 번개가 한순간 황제상 위에 머물렀다. 그러자 청동상과 기둥이 흔들거렸다. 그것은 온 도시를 울리며 쓰러졌고 산산조각이 나 떨어져 그 아래 보도를 박살 냈다. 그 소리와 충격에 글라우코스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땅은 아직도 진동하고 있었다. - 에드워드 불워 리튼 ‘폼페이 최후의 날’ 중에서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규모 7.8의 강진이라지만 건물들은 발파 해체하는 빌딩처럼 폭삭 무너져 내렸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시민은 2000..

'더 글로리' 송혜교, 선·악 인물 공개.…머리채 잡힌 임지연→박성훈 눈물

엑스포츠뉴스 2023. 2. 9. 10:14 넷플릭스가 '더 글로리'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캐릭터 포스터와 티저 예고편을 공개했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 화제 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가 각 인물 별 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단한 연기 내공으로 시리즈를 이끌며 호평을 받았던 송혜교의 다양한 얼굴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함께 공개된 티저 예고편은 "난 잘못한 게 없어, 동은아"라며 실낱같은 죄책감조차 없이 동은을 대하는 연진과 이에 맞서 더욱 커진 동은의 서늘한 분노를 담아내며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동은의 복수에 기대감을 유발한다. https://v.daum.net/v/20..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00] 소설은 거짓이 아니다

조선일보 2023. 2. 8. 00:50 훌륭한 책은 모두 다르지만 형편없는 책은 완전히 똑같다. 이런 일을 하면서 나쁜 책을 수도 없이 읽은 후에 내린 결론이다. 너무나 형편없어서 출간될 수도 없는 책들. 소설이든 회고록이든, 나쁜 책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문제는 바로 이거다.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좋은 책이 반드시 진실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읽는 동안만큼은 사실처럼 느껴져야 한다. - 로버트 해리스 ‘유령 작가’ 중에서 좋은 소설은 진실을 위해 허구를 차용할 뿐, 사실을 감추려고 거짓을 꾸미지 않는다. 누구나 소설이 허구라는 걸 알지만 좋은 소설에는 감동이 있다. 소설을 읽고 진실에 눈떠본 사람은 ‘소설 쓰고 있네’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쁜 소설만 접해본 듯, 궁지에 몰..

[김규나의 시네마 에세이 <76> 사랑과 영혼] 사후 세계 믿을까…살아있을 때 ‘더 사랑하고 살라’는 메시지

이코노미조선 2023. 2. 6. 18:21 죽으면 어떻게 될까? 육신을 떠난 영혼들의 세계가 있을까? 몸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아 지옥에 가거나 천국에 이를까? 살아생전 착하게 살면 죽어서라도 상을 받고, 나쁜 짓 하면 저승에 가서 벌을 받을까? 혹시 지금 우리 주변에도 이승에 미련이 남아 떠도는 영혼이 있는 것은 아닐까? (중략) ‘사랑과 영혼’은 1990년 제리 주커 감독의 작품으로 원제는 ‘유령(Ghost)’이다.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가 생사를 넘어 사랑하는 연인을 연기했다. 주제가 ‘Unchained Melody’와 함께 도자기를 빚던 몰리와 샘의 사랑스러운 모습도, 우피 골드버그의 오다 매도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몸이 있을 때 더 겸손하게, 부끄러움 없이, 더 열심히 살며 아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