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産業·生産·資原

부산의 봉제, 대구의 섬유…스마트 섬유로 함께 엮어라

바람아님 2016. 2. 7. 23:55
[중앙일보] 입력 2016.01.25 02:35

한국 신성장 동력 10 <6> 고부가 섬유

섬유산업 미래 성장동력 되려면
기존 제조업 기반+첨단기술 공존
한국, 시너지 낼 수 있는 입지 갖춰
‘히트텍’ 합작한 도레이·유니클로
원사·유통 등 수직계열화로 대박
R&D만큼 기획·판매도 신경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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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옷을 입는 한 섬유산업은 망하지 않는다.”

 섬유업계 사람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말이다. 하지만 1970~80년대 호황을 누렸던 국내 섬유업체 중 상당수가 지금은 이름도 없이 사라졌다.

 효성 이제우 마케팅팀 부장은 “지금 한국 섬유산업은 제2의 기로에 있다”며 “첨단 고부가가치 섬유로의 사업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섬유업계에선 신소재를 개발해 양산하기까지 평균 10년이 걸린다고 본다. 세계 1위 탄소섬유 기업인 도레이만 해도 60년대 초 탄소섬유를 개발하기 시작해 71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PAN(팬)계 탄소섬유를 상업 생산하기 시작했다.

도레이는 매년 매출의 약 3%인 약 6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도레이 내부에선 ‘히키다시(舌盒·서랍)의 묘’라는 말이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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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설립된 이래 90년 동안 갈고 닦은 R&D 결과들이 너무 많아 서랍에 하나씩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활용한다는 뜻이다. 탄탄하게 쌓인 R&D의 역사가 얼마나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도레이와 유니클로는 발열성 내의인 ‘히트텍’을 공동 개발하면서 무려 1만 장이 넘는 시제품을 제작했다가 버린 끝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히트텍은 2003년 발매 이후 1억 장 넘게 판매됐다.

 섬유 R&D 지원은 처음 단계에서 정부가 마중물 지원을 하고 민간 기업이 바통을 이어받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중앙기술원 김진일 수석연구원은 “과거엔 1년짜리 단기 과제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3년 이상 중기 과제가 전체 연구 프로젝트의 60%, 장기 프로젝트도 10% 정도 된다”며 “그만큼 연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현대차와 함께 섬유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전지 연료차를 개발하고 있다.

섬유는 원사(실) 개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하기까지 통상 7~9개의 단계를 거친다. 섬유소재·원사·제직·편직·염색·가공·마케팅·유통 등이다. 그런데 단계별로 업종의 성격과 종사자들의 정체성이 너무 달라 유기적인 협업이 어렵고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한 일본 유니클로의 경우 이 단계들을 하나로 수직계열화시켜 비용을 크게 줄이고 고기능 소재를 균질한 품질로 판매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이로 인한 수익은 다시 소재 개발 단계의 R&D 밑거름으로 돌아온다.

 첨단 신소재 개발 못지않게 기존 기술과 산업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숭실대 김주용(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 패셔노이드 연구센터장은 “한국은 섬유제조 기반과 첨단 기술 연구 장소가 같은 땅 안에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단계별 업체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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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스마트 섬유의 경우 트렌드에 맞게 옛 기술과 신기술을 결합해 ‘기획’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정부가 일괄적으로 스마트 섬유에 필요한 모듈을 지원하면 옷·모자·신발 등 전문화된 기존 섬유기업들이 얼마든지 다양하게 해당 분야의 스마트 의류를 만들 수 있다. 일명 ‘완충지원체제’ 지원이 요구된다.

 김 교수는 “부산의 봉제공장, 대구의 섬유공장, 포천의 가내수공업들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며 “전자섬유를 미세하게 꼬는 작업 같은 것은 얼마든지 중소기업들과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몸에 걸치는 스마트 섬유는 결국 성능만큼 부드러운 촉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존 섬유산업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 섬유산업 고용 인원은 약 17만 명으로 10인 이상 제조업의 약 6%를 차지한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당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피해도 예상된다. 결국 고부가 섬유로 전환하되 신구 산업을 적절하게 결합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김익수 박사는 “사양산업이라고 구조조정해서 산업을 죽일 게 아니라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기존 화학섬유 산업은 고성능 신소재, 차별화 부직포로 다각화하고 제직·염색산업은 3D프린팅 등 제작 프로세스를 혁신해 이미지를 개선하는 게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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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만드는 탄소섬유로 자동차 무게 400㎏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2016.01.25 02:38

한국 신성장 동력 10 <6> 고부가 섬유

선진국들 ‘고부가 섬유’ 개발 전쟁
매년 두 자릿수 성장 블루오션
피부보호섬유로 ‘입는 화장품’도
미·일·독 스마트 섬유 생산 열올려
효성은 자체기술로 탄소섬유 양산
한국, 혈액필터 등 부직포 기술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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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이가 일본 NTT와 함께 개발한 신소재 의류 ‘히토에’. 착용한 사람의 심박수와 심전도를 측정한다.


일본의 섬유회사 데이진은 ‘입는 화장품’이라 불리는 피부 보호용 섬유를 개발 중이다. 말산(malic acid)을 함유한 화합물(폴리에스테르 폴리머)로 만든 섬유가 피부를 낮은 산성으로 유지해 미생물의 번식을 막고, 대신 피부에 이로운 화학 혼합물을 뿜어낸다.

 일본 도레이는 심박수 등 신체 정보를 모니터할 수 있는 ‘히토에’란 이름의 내의를 개발하고 정부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인 벤텍스는 물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마르는 섬유 ‘드라이존’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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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의류업체 큐트서킷이 선보인 스마트 의류. 3200개의 발광다이오드(LED) 램프가 달렸다.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부가 섬유 개발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세계 섬유산업 성장률은 연 3% 정도에 그친다. 게다가 세계 합성섬유의 70%(3926만t)를 중국이 생산한다. 하지만 탄소섬유·아라미드 등 고부가 섬유는 연간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는 데다 아직 중국이 따라오기엔 기술 격차가 있다.

 한국의 섬유업체들도 고부가 섬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섬유 왕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13일 경북 구미의 코오롱인더스트리 중앙기술원. 이곳에선 세계 최초로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아라미드 섬유를 개발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아리미드 섬유는 친환경적이란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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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이 자체 개발한 탄소섬유 ‘탄섬’을 적용한 현대차의 콘셉트카 ‘인트라도’의 모습. 차체 뼈대와 루프 등에 사용됐다. [사진 효성]


지금까지 아라미드는 원료를 황산에 녹여 실로 뽑아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유독물질이 배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 원료 아라미드는 친환경 용매에도 녹일 수 있는 세계 유일한 아라미드다.

 아라미드는 강력하고 열에 강한 특성을 지닌 수퍼 섬유다. 워낙 강력해 아라미드로 만든 등산화 끈을 밧줄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또 기술원에선 수혈 때 크기가 큰 백혈구를 걸러 적혈구만 몸 안에 들어오도록 해 주는 섬유의 일종인 혈액필터도 국산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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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인더스트리 경북 구미 중앙기술원에서 연구원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원료 파라 아라미드 섬유’를 살펴보고 있다. [구미=공정식 프리랜서]


코오롱인더스트리 중앙기술원의 김진일 그룹장(수석연구원)은 “혈액필터의 영업이익률은 20~30%에 달한다. 섬유는 절대 사양산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일본·독일 등지의 섬유 관련 기업들이 주력하는 고부가 섬유는 ▶탄소섬유·아라미드 등이 포함된 수퍼 섬유 ▶혈액필터와 같은 차별화 부직포 ▶섬유강화복합재 ▶IT 기술과 결합한 스마트 섬유 등 4분야로 요약된다.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10배 강하면서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녹이 슬지 않고 열이나 약품에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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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인더스트리 아라미드 브랜드인 ‘헤라크론’으로 만든 방탄복. 얇으면서도 가볍다. [사진 코오롱]


이 때문에 ‘가볍고 튼튼한 소재’를 찾는 비행기·선박·자동차·우주선은 물론 골프채나 낚싯대에까지 쓰이고 있다. 탄소섬유 세계 1위는 일본의 도레이다. 2014년 보잉과 10년간 약 10조원대의 항공기 사상 최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탄소섬유는 자동차로 그 쓰임새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에 탄소섬유강화복합재(CFRP)를 사용하면 자동차 무게가 400㎏ 정도 줄어든다.

중형차(약 1400㎏)를 기준으로 무게가 30% 줄어드는 셈이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충격 에너지를 흡수해 안정성이 높아지고 공정 비용이나 시간도 단축된다.

전 세계의 탄소섬유 수요는 연평균 약 15% 늘어 2020년이면 현재의 2.5배인 14만t이 될 전망이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65~70%를 점유한 일본의 도레이·데이진·미쓰비시레이온은 최근 가열 과정을 생략해 탄소섬유 생산성을 10배 이상 높인 신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효성이 2011년 자체 기술로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해 현재 전북 전주에 연간 2000t 규모의 공장을 갖추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우리가 세계 1위를 하고 있는 스판덱스의 연구원이 20명인데 탄소섬유 연구원은 80명이 넘는다”며 “탄소와 스판, 아라미드와 스판 등 앞으로 섬유 간 융합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기능성 섬유에 속하는 차별화 부직포의 경우 미국과 유럽·일본에 이어 우리가 세계 4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고강도 부직포의 경우 건물 벽, 도로 표면, 자동차 내부 등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쓰인다.

이소아 기자·강민경 인턴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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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6배 ‘아라미드 섬유’ 한국 기술 독립

[중앙일보] 입력 2016.01.25 03:00

한국 신성장 동력 10 <6> 고부가 섬유

코오롱, 방탄복 등 소재 개발
중국 못 따라올 고부가 섬유
2022년 11조 시장 선점해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신원료 파라 아라미드 섬유’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미국 듀폰과 2009년부터 아라미드 섬유 관련 소송을 하다 지난해 3800억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신원료 아라미드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듀폰으로부터 기술 독립이 가능해졌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6배 강하고 섭씨 500도까지 견디는 첨단 섬유로 방탄복과 헬멧·케이블 등에 쓰인다. 이번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신원료 아라미드는 기존 제품보다 강도는 강하면서 환경 친화적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섬유의 색깔도 노란색이 아니라 흰색이어서 다양하게 염색·가공할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김진일 그룹장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 기술로부터 독립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5년 뒤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부가 섬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후지경제그룹에 따르면 탄소섬유나 아라미드 섬유 같은 수퍼 섬유의 시장만 현재 7조6400억원에서 2022년까지 11조5300억원으로 커진다.


정보기술(IT)과 결합한 스마트 섬유 등을 합치면 시장 규모는 훨씬 더 크다. 반면 일반 섬유는 세계 생산량의 70%를 중국이 점령했다. 차별화된 고부가 섬유로 하루빨리 방향을 틀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김익수 박사는 “수십 년 쌓은 섬유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부가 섬유에 집중하지 않으면 한국 섬유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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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 강도, 이제야 10분의 1 구현…생체정보 읽는 나노 섬유도 전망 밝아”

[중앙일보] 입력 2016.01.25 02:36

한국 신성장 동력 10 <6> 고부가 섬유
탄소섬유 1위 도레이 우치다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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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레이는 세계 탄소섬유 산업의 1인자다. 시장 점유율이 32%에 달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짓는 공장이 2017년 완공되면 점유율은 50%를 넘길 전망이다. 질주의 비결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이다.

도레이 본사의 우치다 아키라(內田章·66·사진) 상무는 본지 인터뷰에서 “사회가 움직이는 방향과 미래를 전망하고 뭘 연구할지 생각해 실행에 옮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앞으로 탄소섬유는 어디에 많이 쓰일 걸로 보나.

 “튼튼하고 가벼워 향후 차량 쪽에서 널리 활용될 걸로 기대한다. 특히 최근 BMW 전기차 i3에 탄소섬유가 적용되면서 자동차용 소재로 탄력이 붙었다. 2017년부터는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사용한 차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500만 엔(약 5000만원) 이상의 고급차는 특히 그렇다.”

 - 기술 수준을 어디까지 높일 수 있나.

 “탄소섬유 강도는 현재 이론적 수준의 10분의 1밖에 구현되지 않았다. 미세한 결점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개발 당시엔 ‘마이크로미터(1m의 100만 분의 1)’ 크기의 결점을 없애는 방안에 몰두했지만 지금은 ‘나노미터’(1m의 10억 분의 1)’ 결점까지 없앨 수 있다.”

 - 의류용 신소재에서도 앞서고 있는데.

 “도레이는 1926년 레이온 제조사로 출발한 만큼 합성섬유 기술이 많다. 유니클로와 공동개발한 ‘히트텍’이 대표적이다. 폴리에스테르·아크릴·레이온·폴리우레탄의 네 가지 섬유를 조합하는 기술로 성공할 수 있었다. 곧 판매에 들어갈 ‘히토에’도 전망이 밝다. 나노 섬유를 이용하는데 ‘생체정보 인식 의류’를 만들 수 있다. 심전도·근전도·뇌파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작은 센서를 섬유에 장착하는 방식이다.”

 - 유니클로와 계속 파트너십을 가져가는 건가.

 “2020년까지 함께한다. 빅데이터 활용과 최적의 생산거점 활용으로 올해부터 5년간 1조 엔(약 10조원) 실적이 예상된다.”

 - 섬유산업에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은 뭔가.

 “지구적인 환경 문제와 저출산·고령화 같은 사회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또 치열한 R&D와 함께 철저한 비용 절감도 우리의 성장 전략이다. 지금 세계에서 성장하는 지역을 꼽는다면 신흥국을 들 수 있고, 여기에선 제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소아 기자